뒷담화/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중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두고 반배치 고사를 준비했던 기억은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생생하다. 충북중앙도서관에서 500원인지 700원지 채 천원이 되지 않았던 우동으로 한 끼를 때우면서 시험 준비를 했다. 문제집을 사서 풀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던 연희는 도시락을 싸와 혼자 공부하고 먹었던 것 같다. 공부를 잘하려면 독해야 한다는 건 정설인 것 같다.

난 친구와 함께 우동도 먹고, 때로는 쫄면도 먹으면서 공부 아닌 공부를 했고 어쩌다 중학교에 가서 영재반이라는 데 들어갔다. 신생학교였던 터라 문턱도 낮았다. 초등학교에서 성적별로 나눠준다는 장학금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엄마는 최근에 새마을 금고에서도 성적별 장학금을 줬는데 이사장이 추천(?)해줘서 장학금을 받았다는 얘기를 꺼냈다. 당시에는 몰랐으니 그 돈은 엄마의 주머니 속에 들어 갔나보다.

시험하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5지선다형 문제와 OMR카드, 그리고 전용 펜이다. 더 어릴 적엔 빨간 색연필로 점수가 새겨진 시험지가 스쳐간다. 예전에는 4지 선다형이었는데 고등학교 때쯤 5지선다형으로 바뀐 것 같다. OMR카드가 도입돼 사용방법에 대해 한참 동안 설명을 들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먼저 빨간색이나 파란색 볼펜으로 체크를 한 다음, 철분 성분이 있는 특수한 펜으로 체크를 하라고 했다. 아이들은 빨간색 말고 파란색 볼펜도 되는 거냐고 수차례 질문을 던졌다. 그만큼 모든 시험에 민감했던 시기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도 “이거 시험에 반영되는 거예요”였던 듯.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리고 대학에서도 끊임없이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그 시험에는 늘 정답이 있었다. 정답이 있었기 때문에 맞추지 못하면 낙오되거나 아니면 뒤로 밀려나야만 했다.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불안과 공포가 내재돼 있을 것이다.

최근에 프랑스의 한 고등학교 시험문제라면서 시험지가 인터넷을 떠돈 적이 있다. 철학을 기반한 문제는 퍽이나 고상해보였다. 철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면 답안지를 도저히 채울 수 없어 보였다.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표현하고, 기록하고 평가받는 교육과 달리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답을 정해주고 알려주는 형태였다. 그리고 시험결과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졌다. 성적으로 각자 줄을 세웠다. 학생들은 학생들끼리 줄 세우고, 교사들도 교사들끼리 등수를 매겼다.

어쩌면 평가를 바꾼다는 것은 공교육 전반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교과서에 나오는 정답만을 외우는 게 아니라 삶을 배우고, 이를 배운 만큼 기록하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국에서 일단 초등학교에서부터 일제평가식의 중간·기말 고사를 없애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충북은 아직까지 잠잠하다. 충북의 초등학생들은 언제쯤 새로운 형태의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을까. 진보교육감의 판단과 학교의 변화에 달려있다. 그 속도가 너무 늦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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