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과 김병우 교육감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측은 “다른 시도가 이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김 교육감이 거부하는 것은 아집과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육감은 SNS를 통해 자신의 논리를 설명하는 대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26일 서울시의회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두 달치를 우선 편성하는 안을 부결시켰다. 서울시교육청이 임시 예산편성을 했지만 시의회의 ‘원칙론’에 가로막힌 것이다. 더민주당 시의원들은 “정부가 전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라도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잘못된 사실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연말 새해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공론화됐지만 그 시작은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말 연말정산 과정에서 직장인들의 세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되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증세없는 복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박 대통령은 당황스러웠다. 부랴부랴 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마련, 소급적용하는 것으로 급한 불을 껐다. 대신 다른 예산 확보 카드로 제시한 게 바로 지방재정제도 개혁이다.

부족해진 세수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운영에 필요한 재원인 각종 교부금을 삭감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자체와 교육청은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하여 교부금의 상향조정을 줄곧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갈등을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교육청에 부담을 떠넘기며 갈등을 키웠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체 17명중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강공책으로 밀어부쳤다. 2015년 6월 교육부는 올해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서 기존 보건복지부, 교육부, 지자체가 공동으로 일정부분씩 나누어 부담하던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토록 했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내국세의 20.27%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 보내기 때문에 이를 재원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문제는 2011년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악화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세입결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입결손에 따라 2015년 지방재정교부금은 2014년에 비해 1조4천억원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증세에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그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5년을 기준으로 아이 한명 당 월 22만원씩 지원하기 위해 3조9641억원이 필요하나 각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할 수 있는 최대치는 2조 1741억원 정도라고 한다. 결국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교육채 발행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시도 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는 지방교육채 부채가 무려 10조 8540억원이다. 추가로 채무를 증가시키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방교육채 발행을 하지 않으려면 학교 교육 재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무상급식을 중단하던지…. 아무래도 박 대통령이 13명의 진보교육감을 상대로 한판 승부를 겨눈 이유는 이것 아닌가? 야당과 진보교육감이 공약한 무상급식을 무력화시키는 것. 코 앞에 닥친 총선을 생각하면 청와대가 내심 무엇을 겨누고 있는 지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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