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계현진 주성고등학교 2년

▲ 계현진 주성고등학교 2년

지난해는 나에게 학교수업이 학교 밖을 넘어 확장되는 새로운 시간이었다. 여름방학 직후 우리 학교가 기획한 서울통합기행에 참가했다. 폐기된 수돗물 가압장을 윤동주의 작품 스토리를 입혀 거듭난 윤동주 문학관, 다양한 시간의 지층을 간직한 채 문화와 작은 예술이 스며든 골목길의 서촌, 거대도시 한복판에서 제대로 기능한 통인재래시장, 다문화사회를 실감하게 하는 서래마을 등을 탐방했다. 기행으로 얻은 소감과 영감을 우리 지역에 적용하여 제안해보는 난생 처음 해 보는 ‘지역사회참여발표회’를 위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외부 전문가들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정답이 없는 활동을 시도해보는 것이 처음엔 막막하였는데, 우리의 모든 기존 지식과 정보가 함께 버무려져 보고서를 만들 수 있었다. 친구들과 서로가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협력함으로써 나눔이 기쁨을 배가시키고 함께하면 가능함을 깨달았다.

우리 팀은 통인재래시장처럼 서문삼겹살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에, 현장탐방을 하고 난 후 질좋은 삼겹살만 판매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주차장 확충, 무심천부터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삼겹살 시식 후 즐길 만한 디저트 카페 확충, 재미있는 3D 바닥그림, 서문시장 태동시의 벽화조성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에는 ‘수암골 연탄트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여러 사회인의 재능기부와 도움으로 수암골 원주민으로서 자신의 집 한 귀퉁이에 ‘하늘다방’을 연 척추장애 3급의 김상윤 씨의 담담하되 힘있는 이야기는 울림이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불가능해보였던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열게 도와준 사회에 고마움을 느낀 상윤 씨의 연인인 림 작가가 보답의 의미로 연탄 하나하나에 그림과 글귀를 써넣으며 작품으로 트리를 만든 것이다.

수암골은 6·25 직후 피란민들의 역사에서 유래한다. 지금은 여러 드라마로 유명해져서, 휘황찬란한 카페, 음식점 등이 많이 생겨 언뜻 보기엔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은 어느 정도 확충되었으나, 원주민을 위한 배려심 있는 행정이 아쉬워 보인다.

화장실과 낭떠러지 길의 안전 철조망은 이전 원주민의 잦은 요구에도 거부되다가 관광객을 위한 우선 시설로 들어섰다 한다. 또 동네 7곳의 주차장에는 장애인용 주차구역이 없다면 체온 있는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방문객들도 한밤중 찾아 시끄럽게 떠들며 골목길을 돌아다니거나, 남의 집안을 함부로 기웃거리거나 하는 일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주민부터 배려받고 존중받음을 느껴야 동네와 청주시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나고 방문객들에게 여유로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밤에 올려다보는 수암골은 휘황찬란하다. 많은 프랜차이즈 점이 이미 입성하여 성업중이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많은 이들의 작은 손길이 모여 만든 김상윤 씨의 ‘하늘다방’은 샛별과 같다. 원주민 스스로 자립하며 동네를 지속적으로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체계화되었으면 한다. 드라마 속 장소를 구경하는 ‘훔쳐보는’ 시각에서 우리지역에 숨은 역사와 스토리를 ‘발견함으로써’ 함께하는 공동체의 눈을 갖추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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