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위장해 병원 개설 … 40여억원 부당이득

▲ H요양병원 행정실장 L 모씨가 복용한 마약성 수면제인 졸피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없이는 구입할수 없다.
▲ 음성경찰서는 허위로 의료생협을 설립해 병원을 운영하며 4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무장’병원 2곳을 적발했다. 적발된 H병원 행정실장은 마약성 수면제인 ‘졸피뎀’을 의사처방없이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생협으로 병원을 개설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무장병원’이 적발됐다. 아버지와 아들로 구성된 이들 일당이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해 챙긴 이득만 40억원을 넘었다.

이들은 80세가 넘은 의사의 면허와 일하지도 않은 간호사 등 20여명의 면허를 임대했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 대표의 친인척인 행정실장은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기도 했다.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불법과 탈법의 온상이었지만 관계기관의 대처는 석연치 않았다.

충북도에 제출된 의료생활 설립신고는 허위로 조작된 것이었지만 무사 통과됐다. 이들 일가가 운영하는 큰바위얼굴조각공원은 불법시설물이지만 음성군은 13년 동안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청탁이나 뇌물 등 불법적인 요소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8일 음성경찰서는 속칭 ‘사무장병원’을 통해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한 음성 H요양병원과 S요양병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H 요양병원의 경우 아버지와 아들, 또 다른 인척 등 일가가 공모해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의사나 의료업인이외에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었지만 의료생협을 통해 병원을 개설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300인 이상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3000만원 이상의 자본금을 출자하면 의료생협을 설립할 수 있다. 또 의료생협은 의료기관을 개설해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상대로 의료행위를 할수 있다.

이들 일가는 이 점을 노려 허위로 의료생협을 설립했다. 경찰에 따르면 의료생협과 H병원의 실질적 소유자는 전 음성정신병원과 음성굿모닝병원을 운영했던 J(68)씨. 그는 자신의 아들(38)을 대표로 내세워 조합원 명단과 발기인 명단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

병원 설립에 필요한 의료 인력도 허위로 채용했다. J 씨는 이미 은퇴한 80대의 의사 3명에게 매월 48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면허증을 임대했다. 이들 의사들은 면허만 임대해 주고 실제로 일을 하지는 않았다.

 

마약류 ‘졸피뎀’ 복용한 행정실장

간호사 등 의료인력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에 따르면 간호사 A씨등 10여명과 간호조무사 등 20여명의 면허증을 임대했다. 면허증을 임대해준 의료 인력은 실제로 일을 하지는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2~3명 정도였다. 하지만 J 씨 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허위로 신고해 보험 급여를 부당하게 타냈다. 이렇게 부당하게 면허를 대여하다 경찰에 적발된 인원이 무려 41명에 달했다.

J 씨 등은 부당한 이득을 챙기기 위해 환자 수와 진료 행위를 부풀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 입원하지도 않은 사람을 입원한 것으로 꾸미거나 진료 행위를 과장해 허위로 청구했다. 경찰 수사결과 이런 방식으로 J씨 일가가 부당하게 챙긴 이득이 무려 40 여 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통해 의료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었지만 음성군 등 관계기관의 단속은 미치지 못했다. 정작 불법행위가 드러나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마약이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졸피뎀’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2014년 12월 이 병원의 행정실장인 L(45·구속)씨가 의사 처방 없이 졸피뎀을 상시로 복용한다는 첩보가 경찰에 입수됐다.

경찰은 L씨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요양급여비용을 허위로 청구하는 것을 포착했다. 이에 지난해 여름 음성경찰서는 형사팀 6명으로 수사팀을 구성하고 6개월 여 동안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H 병원 뿐만 아니라 음성군내 또 다른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S요양병원의 불법행위도 적발했다.

 

충북도로 수사 확대되나?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 급여수사팀과 합동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결과 이들 두 개병원이 부당하게 챙긴 이득금만 60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에 따라 J씨와 S병원의 대표자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여기서 경찰 수사가 종료된 것은 아니다. 음성 경찰서 관계자는 “의료생협 설립과정과 병원 운영과정에 관계기관의 대처가 석연치 않은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에 제출된 의료생협 설립 신고 서류가 대부분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한번 만 확인했더라도 승인 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도 관계자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H병원의 실질적 운영권자로 알려진 J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충주지역에서 또 다른 사무장 병원을 준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 수색 당시 건물 계약서 등 관련 자료가 확보됐다”며 “수사 결과 H 병원이 문을 닫을 경우를 대비해 충주지역에서 또 다른 병원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음성군과 J씨, 무슨 사이?

큰바위얼굴조각공원, 13년째 농·산지 불법점용

2005년 처음적발…불법 알고도 관광지로 홍보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된 J씨. 경찰에 적발된 후에도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정도로 배포가 컸다. 이를 반영하듯 J씨의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2009년 음성굿모닝병원을 운영하는 도중 직원 임금 38여 억원을 체불해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J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구속적부심’ 재판에 참석하지 않고 도주하기도 했다.

또 음성정신병원과 현대정신병원에서도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다.

J씨는 음성군 생극면에 소재한 큰바위얼굴 조각공원의 설립자로도 유명하다.

J씨 일가는 현재까지도 입장료를 받고 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큰바위얼굴 조각공원이 불법시설물이라는 것. 조각공원이 설치된 장소는 농지와 산지로 건축물이 들어설 수가 없다.

2005년 음성군은 이러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당시 이를 확인한 음성군은 불법건축물(조각상)을 철거하고 농지와 산지(임야)를 원상복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2009년 음성군은 다시 J씨에게 동일한 조치를 했다. 하지만 J 씨는 군의 철거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2013년 본보는 보도를 통해 큰바위얼굴 조각공원을 불법행위가 시정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또 음성군이 불법임을 알고도 군 홈페이지에 관광명소로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급기야 감사원까지 나섰다. 지난해 감사원은 큰바위얼굴조각공원의 농지불법전용에 대해서 감사를 시행하고 군에 관련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큰바위얼굴조각공원은 원상복구 조치도 하지 않은채 십 여년 동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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