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새해맞이 일출산행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해맑은 둥근 해가 떴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실상은 늘 빗나간다.

새벽녘 어둠을 뚫고 달려 올라간 이화령에는 해뜨기 한 시간 전부터 모여든 인파들이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에 진을 치고 있었다. 누구는 말한다. “매일 뜨는 해인데 왜 그렇게 고생하며 산에 올라가서 보느냐”고…. 그래서 늘 궁금했다. 매일 뜨는 해인데 새해의 첫 해는 무엇이 다를까?

영화 히말라야에서 박무택의 시신을 찾기 위해 그 누구도 하지 않은 희생을 감수하며까지 그 험한 에베레스트에 올라 후배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는 극중 엄홍길 대장처럼 대자연의 산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경건하고 겸손했다.

우리 지역에도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가치를 추구하며 산을 찾는 등반가가 있었다. 민준영, 박종성 대원. 이들은 지난 2009년 ‘직지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의 히운출리 북벽(6235m)에 직지루트를 개척하려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의 영정사진을 봐야만 했던 대원들의 표정은 비통했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한 알파인 등반방식은 이후 산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거대한 히말라야 고산을 접고 다시 백두대간 줄기의 이화령으로 간다. 잠자고 있는 아이를 업고 온 가족, 연인, 친구 등 새해 첫 태양을 의미있게 맞이하려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세찬 바람을 막기 위해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해가 떠오르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드디어 기다리던 해가 떠오른다. 환호와 탄성과 함께 모두들 소원을 기원한다.

“가족들 건강하길.” “아들아, 원하는 대학 꼭 가길 바란다.”라고 소박하지만 원대한 소원을 빌었다.

그것은 자연의 진리 앞에서 보다 겸손해지고 경건해지고 싶은 모든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런 태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거대한 히말라야 고산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수고스러움의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새해 첫날임을 말해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년 그렇게 새해의 첫 해를 보기 위해 어김없이 산을 오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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