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박근혜정부는 ‘능력중심사회’ 실현을 표방하였다. 대표적으로 2013.7.18. 발표한 「전문대학 육성 방안」에서 ‘학벌중심 사회구조로 인해 전문직업인력 양성체제의 한계와 고등직업교육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우리사회를 진단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학벌중심 사회구조를 타파하고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표방한대로 학벌중심 사회구조가 타파되고 능력중심사회로 진전되어 가고 있다고 보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어 소위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표되는 수저론이 널리 퍼지고, 학벌중심 사회구조가 더욱 탄탄해진가운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신분이 좌우된다는 생각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실제로 2015.11.26.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노력을 통해 본인세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009년 35.7%, 2011년 28.8%, 2013년 28.2%, 2015년 21.8%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식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비율 역시 2009년 48.4%, 2011년 41.7%, 2013년 39.9%, 2015년 31.0%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진정 학벌중심 사회구조를 타파하고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다음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첫 번째로 능력의 의미를 ‘다양한 존재가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모든 존재에는 나름의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다’, ‘가치없는 존재는 없다’고 하는 모든 존재에 대한 존엄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특정 기준을 정하여 획일적으로 능력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토끼는 토끼대로의 능력을, 거북이는 거북이대로 능력을 평가 받아야 다양한 존재가치에 근거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능력발휘의 방향성이다. 자신이 잘하는 능력을 나눔과 배려가 있는 아름다운 삶터를 만드는데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난다’, ‘계층 이동 사다리’ 등 신분 상승이나 출세와 관련된 표현이 필요없도록 하고, 자신의 능력을 굳이 용이 되거나 계층 이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삶터를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수익을 많이 만들어내는 능력을 중시하면서 인간의 능력을 돈 중심으로 평가하여 삶의 의의를 상실한 경제생활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신분과 임금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다양한 존재가치를 존중하고 능력을 신분 계층 이동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터를 위해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는 신분과 임금 차별을 없애야 한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의 경우, 청소부라고 허드렛일을 하는 천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우리나라처럼 임금이 적지도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정비공이나 대학을 졸업한 다음 기업에 취업한 회사원의 임금이 엇비슷하고, 자동차 정비사의 평균 임금이 시간당 5만원으로 간호사보다 많다고 알려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중학생은 장래 희망이 벽돌공이라고 답하였는데, 일터에서 온종일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일할 수 있고 수입이 대학 교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능력을 키워주는 사회 시스템의 구성이다. 능력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경쟁을 시키고 서열을 매긴 후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로 구별하여 차별할 것이 아니라, 각 자에 맞는 능력 향상의 방식과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달리기 능력은 있지만 잠자는 토끼와 같이 자세가 문제인 경우에는 자세를 고치도록 하고, 직무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해고가 되더라도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생활이 가능하도록 일정 급여가 지급되는 사회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

결국 능력중심사회는 서로의 다양한 존재가치를 존중하고 계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사회이다. 학연, 지연, 연령, 성별, 경제력, 신분 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의식의 전환과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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