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송절동 백제유적 이번에도 “그냥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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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송절동 백제유적 이번에도 “그냥 묻어”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6.01.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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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500여기 유구 중 10기 별도 전시관 이전복원 결정
반대측 “청주시, 국가사적지 지정보다 발굴 단축 노력 의혹”
▲ 청주 송절동 청주테크노폴리스 7지구 발굴조사 사업현장.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청주테크노폴리스 부지내에서 발견된 대규모의 백제 마을유적이 그대로 땅에 묻히게 됐다. 청주시는 인근 주민센터 예정지역에 전시관을 건립해 일부 유적과 유물을 전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같은 보존방안은 15일 도내 4개 학술기관과 함께 발굴조사를 진행한 문화재청 소속 전문위원의 현지조사와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이뤄졌다. 하지만 500기에 달하는 집터유적 가운데 10기 정도를 이전 복원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공단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1천㎡(3백평) 전시관을 보존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문화(재) 자원에 대한 인식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청주테크노폴리스 공동주택용지(2~5블록) 16만여㎡에 걸쳐 이뤄진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집터 500여기와 우물, 무덤 등이 출토됐다. 1지구에선 구석기시대 유물층과 삼국시대 주거지 4기 외, 조선시대 토광묘 14기 외, 시대미상 수혈유구 5기 외 등이 발견됐다. 7지구에선 청동기시대 수혈주거지 18기 외, 삼국시대(초기 백제시대) 수혈주거지 519기 외, 시대미상 우물 1기 등이 나왔다.

대규모 마을유적이 발견된 7지구 발굴조사의 경우 지난해 7월 충북일보 조혁연 대기자(충북도 문화재전문위원)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3만3천㎡ 평지내의 5백기 집터는 매우 높은 건축밀도로 당시 이곳에 강력하면서 도시에 버금가는 재지세력이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3~4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유적은 청주 역사시대의 첫 대규모 촌락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청주지역에서는 분묘유적이 많이 발굴됐지만 평지에서 대규모 생활유적이 발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마을 구조와 건축 규모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뿐 아니라 집터 유적 대부분이 方형(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인 점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분묘에서는 원저단경호(圓底短頸壺·둥근바닥짧은목항아리), 타날문토기(打捺文土器·두들긴무늬토기) 등의 경질과 와질 토기류가 발견됐다. 이밖에 송풍관이 함께 발견돼 공방 유적으로 추정된다. 20년전 진천 석장리에서 고대 제철시설이 발굴됐으나 평지 주거지에서 이같은 유형의 발굴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이에따라 지난해 8월 문화재청은 6개월간 발굴기간을 연장했고 지난 15일 현장조사와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시의 제안에 대해 최종 조건부 가결했다.

전시관 규모 1층 1천㎡ 불과

청주시의 제안은 전시관 설치 및 유적공원 조성 방안이었다. 주민센터내에 전시관(건축면적 약 500㎡)을 설치하고 인근 녹지지역에 유적공원을 조성하는 안이었다. 유적공원은 주민센터 내 전시관에 인접한 곳에 조성하는 1안과 발굴지역인 아파트 건설부지 인근에 따로 공원을 조성하는 2안이었다. 시측은 1안에 대해 전시관과 연계성 확보, 주민센터 이용자에 휴식공간 제공, 청결한 관리 용이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2안은 전시관과 연계성 부족, 유지관리의 어려움 등을 단점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문화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걸고 심의가결했다. 전시관의 경우 주민센터와 분리된 별도의 전시관(1층, 1천㎡)을 조성하고 전시관 관리주체는 청주시의 책임하에 정한다는 것이다. 전시관에 이전 복원될 유구는 10개를 배치하도록 명시했다. 500여기의 집터, 우물, 무덤 중에 10기를 이전 복원에 상설 전시관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5년 청주 읍성 객사터를 발굴조사한뒤 다시 묻고 그 위에 건축된 멀티플렉스(쮸네스) 극장안에 20㎡의 전시관을 설치한 사례와 유사한 셈이다. 그나마 객사터는 복토보존(원형 그대로 해당 지역의 흙으로 다시 덮어놓는 것)했으나 송절동 마을유적은 아파트 건립으로 전체 훼손이 불가피하다.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당초 기대보다 출토된 유적이나 유물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500여기의 집터가 발견됐으나 집단주거를 뒷받침할 만한 군사방어시설, 광장, 도로, 제의(祭儀) 시설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결국 문화재청은 송절동 유구를 국가사적지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한 셈이다.

하지만 지역 역사학계에서는 송절동 마을유적 보존방안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1982년 청주 신봉동에서 백제고분군이 발굴조사되어 역사학계가 떠들썩했다. 이후 청주시는 백제유물전시관을 건립해 관련 유적과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문제의 송절동 마을유적은 신봉동 백제고분군과 인접해 백제 집터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따라서 백제 유물전시관과 송절동 마을유적이 결합되면 백제문화의 집결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향토사학자는 “직지는 원본이 없고 소로리 볍씨는 국제적 공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막연한 것을 쫓기 보다 눈앞에 있는 것부터 문화자원화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앞으로 청주테크노폴리스 확대에 따라 추가 발굴이 진행되면 똑같은 유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때마다 쥐꼬리만큼 이전복원하는 식이라면 문화도시 청주는 컨텐츠 부재의 껍데기 도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제고분군과 연계 컨텐츠 불발

이번 송절동 마을유적 발굴작업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해 7월 언론의 첫 보도이후 청주시는 발굴조사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것. 특히 해당 발굴조사지가 청주테크노폴리스의 노른자 땅인 공동주택 부지다 보니 청주시와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의 관심이 집중됐다. 공기가 지연될 경우 아파트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전체 단지 조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주시는 마을유적에 대한 국가 사적지 지정에 힘을 쏟기 보다 발굴조사 기간 단축에 목을 맸다는 의혹이 짙다. 청주시는 1월중 발굴조사를 마무리하고 아파트 건설사업 승인하면 올해 상반기에 33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분양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공평동 매장 문화재 보존 모범사례 꼽혀

서울시는 종로구 공평동 일대에 발굴된 유구를 보존 전시하고 매장 문화재를 전면 보존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공평동 1,2,4 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굴된 매장 문화재들을 전면 보존해 2018년 상반기 중 공평동 유구전시관으로 조성해 공개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건물 신축을 위한 발굴 조사 중 15∼16세기 집터와 청화백자 조각, 기와 조각, 분청사기 조각이 대량 발굴됐다.

우선 집터와 유물이 발굴된 원 위치의 신축건물 지하1층 전체가 전시공간으로 조성된다. 높이 6m, 총면적 3,818㎡(약 1,154평) 규모로 서울의 유구 전시관 중 최대 규모다. 사업시행자가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 채납하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정비사업 구역에서 발굴된 매장문화재가 전면 보존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정비사업 구역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는 유구 일부만을 신축 건물의 내ㆍ외부로 옮겨 보존하거나 지하에 부분 보존하는 방식을 취했다.

서울시는 공평동 유구전시관 조성을 계기로 사대문 안 정비사업구역에서 발굴되는 문화재는 최대한 원래 위치에 전면보존을 원칙으로 할 계획이다. 대신 사업시행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사업성을 보장해 준다. 공평 1,2,4 지구에는 원래 용적률 999%, 22층과 26층 2개 동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문화재 전면 보존 대가로 용적률 1,199%, 26층 2개 동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이번 전면보존 결정은 문화재를 바라보는 인식과 정책 전환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민ㆍ관협력 방식의 ‘보존형 정비사업 모델’이다”며 “수백년간 켜켜이 쌓여온 역사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현장박물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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