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깨지고 만들고 깨지고

▲ 지헌정 지난 5월 7일 전격적으로 출범한 충청일보 노조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노조에 대해 원초적인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임광수회장의 입김에 노조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직원들의 결연한 행동은 그만큼 이들이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날 노조설립은 창립이 아니라 부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충청일보의 첫 노조는 6·10 항쟁의 여파로 민주화 바람이 거세던 88년 8월 나타났다. 이후 전국 일간지 최초로 편집국장 직선제를 쟁취하는 등 언론운동의 모범을 보였으나 회사의 집요한 개입으로 10년만인 98년 해체됐다. 그러다가 2001년 현 문종극위원장을 주축으로 다시 노조가 설립됐지만 이번엔 활동하기도 전에 문을 닫게 된다. 역시 회사측의 와해공작 때문이다. 두차례에 걸쳐 노조가 실패한 것은 조합원들이 언론노동운동을 체질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극소수에 의해 조합이 이끌리고 나머지 다수는 피동적으로 따르다보니 사측의 공략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결정적일 때 사측에 줄을 서는 중간 간부들의 행태가 노조 투쟁력을 약화시킨 원흉이 됐다. 이번에도 이런 악순환이 재현돼 노조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때문에 충청일보 노조활동의 성패는 자체 응집력에 달려 있다. 외부 세력과의 연대로 지원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조합원 자체의 의식무장이 선결과제인 것이다. 회사측은 12면 발행을 안정적으로 시행하며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럴 경우 노조의 피로증은 가중될 수 밖에 없고, 십중팔구 사측은 또 노조와해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보복 내지 부당인사’는 이번처럼 항상 사측에 전가의 보도로 사용될 수 있다. ▲ 문종극 노조위원장
 한편 지헌정 충청일보 사장은 조합의 제작거부 이후 청주에 내려와 지역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지역의 여론리더층을 만나 회사측 입장을 설명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지사장은 지난 5월 기사를 놓고 충청일보와 청원군이 갈등을 일으키자 오효진군수를 만나 타협을 종용했는가 하면 퇴직자들의 퇴직·상여금 소송 때도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외적인 활동은 하면서도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지사장의 ‘정체성’을 놓고 여전히 말들이 많다. 일부 기관에선 “지역을 우습게 보는 처사가 아니냐”며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언론사를 사유화한 악폐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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