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출근 시간 경계에 임박하여 버스와 택시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급한 마음에 바로 앞을 지나는 택시를 탔습니다. 말씀을 참 맛깔나게 하시는 기사님은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나쁠 전망이라며 걱정을 합니다. 정치엔 희망이 없고, 정치인은 국민이 안중에 없다고 자조 섞인 한탄을 하기도 합니다. 급기야 민생은 뒷전이고, 자기 것만 챙기려 드는 정치인을 보면 수저를 놓고 싶다는 말씀을 끝으로 아침 출근 드라이브를 마쳤습니다.

출근을 해서도 씁쓸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습니다. 비단 소수의견도,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지만, 정치가 국민의 걱정거리로 전락하는 정치현실에 마음이 무거운 아침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4·13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초유의 선거구 무효사태가 발생한 상황입니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법정시한을 넘겨 결국 현역 국회의원은 존재하지만 이들이 대표하는 지역구는 사라진 셈입니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구별 인구차가 2대 1을 넘기지 말라는 헌재 판결에 준용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헌재는 투표의 등가성 즉 평등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는데, 사실상 지역대표성이 훼손되는 한계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수도권 일극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을 제도화 하고자 했지만, 행정기능을 세종시로 이관해도 여전히 모든 권력과 인구와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헌재 판결대로라면 수도권은 분구가 되어 지역대표성이 좀 더 늘어납니다. 그러나 충북에서도 보은·옥천·영동 지역구는 인구 하한선을 충족하지 못해 대표성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청주·청원 4개 지역구가 통합으로 3개 지역구로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지역도 농촌지역구의 현실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여야는 국회의석 총수는 변동하지 않되 농촌지역구를 보존하여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에 공감대 형성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독립성 없이 국회 산하에 있었습니다. 축구선구가 경기를 진행하다가 모여서 자기들끼리 경기 룰을 다시 정하고 경기를 속개한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헌정 사상 최초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성을 띤 선거구획정위가 출범했으나, 내용은 독립적이지 못했습니다.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의 위원을 여야 동수로 구성하면서 사실상 ‘정치권 아바타’로 전락한 것이지요. 급기야 막중한 책임이 있는 위원장이 사퇴를 했습니다. 비상상황에서 위원장의 사퇴는 무책임하고 부적절했고,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립니다. 선거를 통해서 국가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공약으로 대두되고,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지역대표로 선출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치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정치권력을 독점하면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재대로라면 자기 기득권을 지킬 뿐 다양한 계층의 이해와 요구를 국회의원이 제대로 대변할 수 없습니다. 전체 투표자의 47%의 표가 사표가 되어 우리의 권리를 도둑맞게 됩니다.

이렇게 정치적 기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합니다. 시민들의 합리적인 목소리에 기를 기울이고 제도 개선을 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제한된 유권자의 권리를 허용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비례대표 확대를 통해서 다양성을 대변해야 합니다. OECD국가 중 선거연령이 만 19세인 경우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참정권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선거연령을 만18세로 인하해야 합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구조상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기에 투표시간을 저녁9시까지 연장하자는 시민사회 의견에 화답해야 합니다. 특히 현실적으로 만18세 선거연령 인하와 투표시간 연장은 이번 선거에 꼭 이뤄야할 정치개혁 과제입니다. 만약 이마저도 어렵다면 정치에 대한 희망은 요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기대를 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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