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한설(北風寒雪) 엄동설한에 지금 사이버세계에서는 ‘개고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내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동물보호운동가인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에 의해 다시 촉발된 개고기논쟁은 그녀와 mbc진행자간의 설전이후 불에 기름을 부은 듯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말이 논쟁이지 그것은 전쟁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녀가 한 시대 전세계의 인기를 온몸에 받던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스타였기에 이번 개고기 논쟁은 한국과 프랑스간의 전쟁이라고 해도 그른 말은 아닐 성 싶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우리국민들의 ‘애국심’은 대단합니다. ‘붉은악마’는 그라운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공간에도 넘치고 있음을 보게되니 말입니다. ‘개고기를 먹는 인간은 야만인’이라면서 ‘한국인은 거짓말쟁이’라는 인터뷰이후 그녀가 한국으로부터 받은 e메일이 1000통이 넘는다고 공개 한 것 만 봐도 우리 네티즌들의 감정이 얼마나 격앙돼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민족이 언제부터 개고기를 즐겨먹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조선시대 만들어진 ‘농가월령갗에 ‘며느리 말미 받아/본집에 근친 갈제/개잡아 삶아얹고/떡고리며 술병이라’고 적고있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 그 이전부터 귀한 음식으로 애용돼온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정부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천4백여 보신탕집과 1만여 건강원에서 매년 1백만 마리의 개고기를 소비했다고 합니다. 우리국민들의 개고기식성이 얼마나 왕성한지 알고도 남는 대목입니다. 하기야 요즘 보신탕집에 가보면 남녀구별이 없고 심지어 어린아이들마저 부모들과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예사이니 백만 마리라는 숫자가 그리 놀랄 일 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또 서양인들이 그것을 비난하는 것 역시 처음이 아니 건만 왜 이번에는 이처럼 아우성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남의 나라 식문화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 괘씸하기도 하고 화도 나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나라가 금방 망하는 것도 아닌데 벌떼처럼 일어나 온갖 낯뜨거운 욕지거리를 퍼부어 대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생각을 갖게 됩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질스럽고 상스러운 욕설은 집단폭력이나 테러가 다른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없습니다.
유럽에는 이미 88서울올림픽 전부터 한국인의 잔혹한 개 도살 악명이 높습니다. 개를 목매달아 몽둥이로 패 죽이는 장면, 털을 그슬려 없애고 토막내는 장면, 가마솥에 삶아 좌판에 늘어놓은 장면들이 TV와 포스터,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됨으로써 한국인의 ‘야만성’은 정평이 나 있는 형편입니다. 개를 사람처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눈에 전통이라고 해서 우리의 ‘문화’가 좋게 보일 리도 없고 이해될 리도 없습니다.
어차피 월드컵은 성공리에 치러져야합니다. 자칫 개고기논쟁으로 엉뚱하게 국민역량을 소모하다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심사가 뒤틀리는 바 적지 않다 해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문화의 다름을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것이 현명한 일이지 육두문자를 동원해 집단으로 난리를 쳐대는 것은 지혜로운 대응은 아니라고 봅니다.
개고기. 먹을 사람은 먹읍시다. 누가 뭐라 든 맛있게 먹되 자랑까지 할 것은 없습니다. 내 것은 무조건 좋다는 사고는 억지입니다. 쇼비니즘은 애국이 아닙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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