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비정규사업부장

▲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비정규사업부장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는 매년 연말이 되면 해고 없는 연말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근로계약이 1년 단위로 체결된 노동자들이 12월 31일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말이면 재채용과 관련된 ‘윗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써야 하고 사용자들의 눈 밖에 난 노동자들은 여지없이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아야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연말이 다가오자 여기저기 해고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경비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 중 많은 수가 이미 그 자리를 CCTV나 경비용역 업체에 내주었다고 합니다. 2015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한 사업장에서는 중간 관리자가 대놓고 재계약 없다는 엄포를 놓아 한바탕 난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스포츠 강사를 하는 노동자들은 2년간 절반의 감원을 겪었고 2016년에도 일정 비율 그만둬야 한다는 소식에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하기 이전에는 어떤 말로 누구에게 말을 걸지 항상하는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해고 없는 연말을 위해서는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먼저 사회적으로 시민 여러분들께는 노동자를 해고하는 회사를 함께 비판하고 싸우는 노동자들을 지지 해달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요즘에는 SNS를 통해 소식을 전파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2015년 충북의 노동사건 중 지게차 사망사고로 알려진 산재은폐 노동자 사망사건이 그렇습니다. 많은 관심으로 인해 관계기관들을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었고 전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 문제가 개선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주변에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업장에 대해 알려주시고 또한 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함께 알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큰 고민은 해고 당사자들에게 어떤 말을 건내야 하는지에 대해섭니다. 계약 종료로 해고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자포자기하며 대응을 못 합니다. 사용자는 이미 약속한 바에 따른 계약 종료라고 주장할 것이고 이에 맞서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서 일년짜리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경험으로 체념이 일상화 된 노동자들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노동은 일회용품이 아니라고, 그렇게 쉬운 대우를 받을 노동이 아니며 이에 맞서고 싶다면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쉬운 해고는 이미 만연해 있고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는 쉽게 벗을 수 없습니다. 이제 이런 현실을 아예 법으로 정해서 더 심화 시키겠다는 정부의 노동개악이 추진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싸움들이 이미 현재 진행 중입니다. 평균 근속년수가 5~6년인 현실에서 비정규직 허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어떤 회사가 정규직을 뽑겠습니까?

회사가 기획하는 평가로 해고할 수 있다면 어느 노동자가 감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끔찍한 미래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자리에서 싸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해고 없는 연말을 만드는 노력도 그 시작 중 하나입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송곳처럼 뚫고 일어난다면 함께 일어서겠습니다. 함께 손잡고 해고 없는 2016년을 열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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