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얼굴인 총장 선출을 앞두고 후보자와 대학관계자들이 정신없이 분주합니다. 교수직선제를 택한 충북대는 유권자인 일반교수들도 한가로운 처지가 아니었을 겁니다. 아홉 용(九龍)이 승천을 꿈꾸는데 그 영향권을 벗어나기가 쉽겠습니까. 하지만 유권자로써 4년마다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포만감도 있었을 겁니다. 더구나 별다는 잡음없이 투표와 당선자 확정절차까지 마친 것은 온 도민의 축하를 받을만 합니다.

이제 한수 이남의 최고(最古) 사학 청주대가 ‘뭔가를 보여줄 차례입니다. 역시 교수님들은 몹시 바쁩니다. 하지만 후보등록자보다 일반 교수들이 더 분주하군요. 교협교수들은 대학총장실을 점거하고 민주적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구요. 한쪽에선 이미 신청한 후보등록을 철회하느라고 바쁘게 움직이네요. 6명의 후보등록자 가운데 3명이 포기했으니 절반만 남았군요.

그렇다면 교수·교직원·학생들로 어렵게 구성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할 일은 3명을 두고 투표순위를 정해 이사회에 추천하는 일이군요. 그나마 참 다행입니다. 한명만 더 철회했으면 총장추천위는 아예 구성조차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만약 그랬다면 청주대식(?) 민주적 간선제에 마음놓고 흠집을 냈을 것 아닙니까?

이젠 말머리를 사람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청주대 후보등록을 철회한 3명 가운데 안광구총장이란 분이 있습니다. 현재 영동대학교 총장으로 재직중이고 YS집권말에 통상산업부 장관까지 지낸 충북출신의 성공한 관료 중 한 분입니다.

그런 분이 ‘도깨비에 홀린 것’도 아니고 토요일(15일)에 접수시킨 등록신청을 화요일(18일)에 황급히 취소했습니다. 월요일 조간신문에 6명의 후보등록자와 함께 실린 안총장의 사진을 보면서 전 내심 놀랐습니다.

충청도 기질중에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체면의식’ 아닙니까? 좀 손해본다 싶어도 얼굴깎이는 일은 하기싫다는…. 셈빠른 요즘 세태에 착 붙진않지만 충청도 양반론의 밑천은 바로 체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총장은 영동대에 사퇴서도 내지않은채 ‘체면불구’하고 청주대에 구혼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동대 이사장님도 말문이 막힌 지 필자의 전화취재에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더군요. 더구나 안총장이 청주대 후보등록을 철회한 이유는 의미심장합니다. 청주 유력인사로부터 ‘설립자 가족들과 협의했으나 서류만 접수시키면 된다. 모든 것은 요식절차일 뿐이다’는 얘길 듣고 결심하셨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설립자 직계손자가 튀어나오며 ‘눈퉁이’를 치는 바람에 ‘황당한 심정’으로 등록철회했다는 겁니다. 안총장은 지난 98년 서원대 총장후보 공모 때도 후보등록을 하셨던 전력이 있더군요.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는 뜻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가릴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겠지요.

하늘에 떨어지는 감을 쫓다 돌부리에 채인 안총장님, 체면에 맞는 대학을 또다시 물색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울러 청주대 이사회에 최종추천될 3명의 후보자 가운데  ‘나설 때를 모르는 후보’는 더 없는지 살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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