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동의·충북도의 승인 등 첩첩산중
‘부지개발 조건+1450억’ 논의…공익성 확보가 관건

 1997년부터 시작된 법정 관리 속에 매각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고 있는 대농이 지난해 성사될 듯 보였던 신안 컨소시엄과의 매각협상 불발이후 장기간 침묵에 싸여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3의 인수희망 기업이 나타나면서 인수금액 등 구체적인 인수조건 협의가 수면 아래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대농 청주공장은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와 채권단에서 제3의 인수희망 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며 “협상 대상자는 신영개발과 산업은행 캐피탈”이라고 말했다.

 신영개발은 부동산개발 전문 업체이며, 산은캐피탈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금융회사. 1972년 리스사로서는 한국최초로 설립된 한국산업리스가 모태로 1999년 벤처금융을 맡아오던 한국기술금융과 합병, 현재에 이르고 있다.

채권단의 눈높이 높아져 불투명

 대농 청주공장 이광환 총무부장은 “경영주권을 갖고 있지 못한 처지여서 정확한 정보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신안 컨소시엄 때와 마찬가지로 대농부지를 개발하는 조건은 그대로 승계하되 인수금액은 그때보다 더 오른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대농 본사의 류시준 재경부장 역시 “현재 매각을 전제로 한 논의가 양자간에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최종 매각이 확정되기 위해선 거쳐야 할 단계가 숱하게 남아 있어 현재 실무차원에서 오고가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밝힐 계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광로 대농 노조위원장은 “산은캐피탈-신영개발 컨소시움과의 인수-매각협상 타결을 위해 요즘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내기 위한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추석을 전후해 채권단 회의 소집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그 때 가면 그림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윤 위원장은 “현재 인수금액은 신안컨소시움이 제시했던 1200억원보다 많은 1450억원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인수희망자가 나타나면서 채권단의 희망매각가격이 높아지는 바람에 양측간 조건 조율이 잘 안되고 있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전했다.

충북도 “부지개발 공익성 높여라”

 대농은 이 회사 인수에 나섰던 신안 컨소시엄과 한때 인수-매각협상을 벌였지만 지난해 12월 17일 채권단의 부동의에 이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신안에 대한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해제함으로써가 다시 불투명해 졌다.

 한편 대농은 15만 여 평에 달하는 부지를 용도변경, 공동주택용지 상업용지 업무용지 주상복합용지 공공시설용지로 개발한 뒤 이를 매각,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소위 ‘대농 청주공장 부지 개발에 대한 도시계획 입안 주민제안서’를 청주시에 제출, 이 안이 받아들여지면서 회생의 꿈을 키워왔다. 대농은 전체 개발 부지의 약 50%에 달하는 공공시설용지를 공원, 녹지, 광장 등으로 개발해 시에 무상기증(기부채납)하며, 용도변경에 따른 개발이익을 취하는 대가로 공장의 역외이전 계획을 백지화, 청주 외곽 또는 청원군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증평군으로 잠정 결정한 상태.

 특히 청주시는 대농으로부터 무상기증 받게되는 공공시설 용지에 무역과 유통, 금융, 컨벤션 센터 등의 시설을 유치해 청주 부도심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후 △청주시의 충북도에 대한 재정비계획 결정 승인 신청(2003년 5월 13일) △이에 대한 충북도의 서류 보완 요구(〃5월 22일) △충북도의 청주시에 대한 미비 서류 보완 요구(〃11월 17일)에 이어 마침내 승인 유보 결정이 내려지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산은캐피탈-신영개발과의 매각협상이 설사 채권단의 동의를 얻는다고 해도 충북도에 의해 최종 승인이 될 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충북도는 대농부지에 대한 재정비 계획이 보다 공익성을 띠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농 측은 “충북도가 지난해 용도변경 등 도시계획변경안의 심의를 유보한 것은 대농을 인수할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의혹의 소지를 우려한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재 우리로서는 충북도가 관련 변경안을 승인해 줄 것인가 여부보다 매각협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라고 말했다. 대농의 전도가 여전히 첩첩산중에 싸여있다.

”땅 값 올라 증평 이전조차도…”
신안과 매각협상 불발 뒤 상황 변해
“지역사회에서 관심 가져줬으면”

 “충북도가 먼저 대농부지에 대한 도시계획변경안을 승인하는 상황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말도 안되지만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땅값이 엄청나게 치솟아 매각협상이 더 어려워질 건 뻔하죠. 또 다행히 매각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결국 채권단의 이익만 극대화시켜주는 셈 될 것입니다. 그럼 ‘대농으로선 어떻게 해야 하나’는 원초적 고민이 있습니다. 인수희망자의 구미를 끌어당기기 위해선 공장부지에 대한 ‘도시계획변경-부가가치 극대화’는 불가피한 선택인데...결국 도시계획변경안 내용에 공익성을 확보하는 길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대농 청주공장 측은 현재 대농이 처한 딜레마를 이렇게 나타냈다. 인수금액 못지 않게 공장부지의 도시계획변경안이 매각협상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농의 고민은 이 뿐 아니다. 증평으로 공장을 이전키로 한 문제가 이제 와서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농 청주공장측은 “증평군으로 이전키로 내부방침을 세우고 이를 공식화하기도 했지만 신안과의 매각협상이 불발된 이후 증평 지역의 땅값이 크게 뛰어 이것(증평 이전)도 만만찮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답답하다”는 심사도 토로했다. 윤광로 노조 위원장은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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