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한국교통대와 충북대학교가 교통대 증평캠퍼스 부분 통합을 두고 연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교통대는 증평캠퍼스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대학본부 모르게 충북대와의 통합을 논의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대학 총장이 직접 나서 ‘양아치짓’이라고 맹비난하고, 충북대 관련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하고 있다. 물론 이번 일을 선동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충북대는 통합 논란의 원인 제공자가 교통대인데 상식 이하의 언행을 벌인다며 비난하고 있다. 양 대학 교수회도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열어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교통대 증평캠퍼스를 둘러싸고 교통대와 충북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먼저 여러 대학 간 통합을 이루면서 성장한 교통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교통대는 충주캠퍼스, 의왕캠퍼스, 증평캠퍼스로 이루어져 있다. 충주캠퍼스는 과거 충주대학교, 의왕캠퍼스는 철도대학, 증평캠퍼스는 청주과학대학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의 통합을 거쳐 현재의 교통대학교로 출범했다. 통합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충주캠퍼스에 위치하게 됐고, 주요 보직자들도 충주캠퍼스에 상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교통대는 학사구조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교통대는 학사구조개편으로 52개 학과를 23개로 줄여야 한다. 증평캠퍼스는 이를 위기라 생각하고 위기국면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충북대와의 통합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캠퍼스 차원에서 지역거점국립대학과의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활로를 찾기 위해 통합을 시도한 것이다.

교통대는 학사구조개편으로 내홍을 겪는 상황을 악용해 충북대가 대학교수와 학생들을 감언이설로 꾀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충북대는 교통대가 먼저 유아특수교육과를 충북대로 보내겠다고 문의하면서 부분통합의 단초가 됐다며 교통대와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느 쪽 말이 사실이든 현재 증평캠퍼스 교수들은 대학본부에 통합을 원하는 요청서를 제출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교통대는 증평캠퍼스 교수 및 학생들을 탓하기에 앞서 그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증평캠퍼스 교수들은 진행 중인 대학구조조정과 관련해 증평캠퍼스의 모든 학사 조직을 충주캠퍼스로 일괄 이전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증평캠퍼스 교수들은 캠퍼스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본부에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부실대학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3개의 교통대 캠퍼스 중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대학본부가 증평캠퍼스 교수들과 학생들이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충북대는 통합을 논의하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간 충돌과 구성원 간 갈등만 불러오는 통합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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