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2016년은 20대 총선거를 치르는 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는 민주주의 축제가 있는 해다. 하지만 축제를 앞둔 시민들의 심정은 기대와 설렘을 찾아보기 힘들다. 19대 국회에 대한 실망이 워낙 크기 때문일 것이다. 총선을 100일 앞둔 시점에 선거구 획정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오만한 여당과 무기력한 야당은 무엇하나 해놓은게 없는 ‘식물국회’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 당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유력한 후보명칭이었던 ‘민주소나무당’ 을 포기한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소나무’라고 하면 주변에서 ‘식물정당’이라는 엔티 닉네임을 붙일까봐…참으로 웃픈(?) 일이다.

오늘 모 시사평론가 칼럼에서 행그리 피플(hangry people)이란 단어를 접했다. 2015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행그리(hangry)란 단어가 등록됐다는 것. 행그리는 배고픈(hungry)과 화난(angry)이 합쳐져 ‘배가 고파 화가 난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인 셈이다. 그렇다면 행그리 피플(hangry people)은 배고픈 현실에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경기침체로 서민의 삶은 허물어지고 있는데 정치권은 복지논쟁과 노동법 갈등으로 하세월을 보냈다.

정치가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정쟁이 정책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당구조 속에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보단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선이면 상대는 악이고, 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은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일 수 있다. 적어도 교섭단체를 꾸밀 수 있는 정당이 3개 이상은 되야 민주적인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박-친박-친이-진박 등 대통령 권력을 놓고 사분오열된 새누리당도 새로운 중도보수 신당 출현이 가능하다. 정통보수-중도보수-중도진보-정통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국회안에 형성된다면 자연스럽게 내각책임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충북은 상대적으로 정당간 이분법적 구조에서 자유로운 지역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중선거구제 하에서 청주지역구에 야당 후보 2명이 모두 당선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후광효과가 컸던 19대에는 새정치연합이 3석을 건져 5:3의 구도를 만들었다. 지방선거에서도 어느 일방의 싹쓸이 쏠림현상은 없었다. 다만 탄핵정국의 후폭풍으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모두 당선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19대 ‘식물국회’가 유권자들에게 실망 이상의 배신감을 안겨줬더라도 20대 총선을 거부할 명분은 되지 않는다.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좋은 주민대표를 뽑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답은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공익캠페인 속에 있다. 인물과 정당을 떠나 그 사람의 정책을 보고 판단하는 ‘정책투표’를 해야한다. 다행히 20대 총선은 일여다야 구도속에 다양한 정책 아젠다가 제시될 것이다. 참과 거짓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함께 참여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런 유권자가 늘어날수록 정치는 4류에서 1류로 진일보할 수 있다. 뒷전에서 훈수하기 보다는 앞전에서 장기를 잡아야 판을 바꿀 수 있다.

행그리 피플(hangry people)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1조 1항와 2항이다. 오는 4월 우리들의 주권과 권력을 제대로 쓰기 위해 필히 후보자와 그 정당의 정책부터 살펴보자는 얘기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