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

▲ 김승환 충북대 교수

2010년 12월, 충북도의회에서 특이한 일이 일어났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충북예총 예산 상당 부분이 삭감된 것이다. 당시 충북예총은 도의회의 다수당이 된 새정치연합이 특정 단체인 충북예총을 억압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 그래서 충북예총에서는 새정연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넘어서 적대감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 이듬해 충북예총 주관으로 벌어진 전국 규모의 시위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 문제는 곧 해소되었지만 이로써 충북예총과 새누리당은 보이지 않는 연합전선이 형성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4년 12월, 도의회에서 똑같은 일이 재현되었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충북민예총 예산 상당 부분이 삭감된 것이다. 그것은 2014년 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새누리당 의원들이 새정연과 연대단체라고 지목한 충북민예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예산을 무차별 삭감한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수상쩍은 살생부 괴문서가 도의원 책상에서 발견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문제는 이 괴문서를 누가 작성했는지 그리고 왜 도의원의 책상에 놓여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괴문서소동으로 인하여 2014년 진보단체에 대한 예산 삭감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유사한 이 두 예산심의에는 다른 점이 있다. 2010년의 사안은 이듬해로 연장되지 않은 반면 2014년의 일은 이듬해로 연장된 것이다. 그러니까 2015년 12월,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몇몇 의원들께서 ‘2014년 괴문서’에 적시된 단체의 예산을 기어코 삭감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삭감을 한 전후를 보면 도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2014년 선거 직후부터 진보진영 예산삭감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랬기 때문에 2014년의 괴문서 가 2015년에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충청북도 예산심의 및 의결은 도의회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므로 지방자치의 정신에 따라서 한 삭감이라면 상찬을 받을만한 일이다. 그런데 충북NGO센터와 충북민예총 등 진보진영에 대한 삭감 이유가 ‘어디서 들으니 문제가 있다더라’는 것은 도의원으로서 할 발언이 아니다. 도의원께서 할 일은 어떤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있으므로 삭감한다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와 다른 성향의 단체’이기 때문에 삭감한다면 그것은 혼용무도(昏庸無道)에 다름 아니다.

이런 당파성에 의한 당파적 심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가령 2018년에 새정연이 다수당이 되면 그때 다시 보수진영의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사안에 따라서 진보진영이 새누리당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하고 새정연은 보수단체와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2015년의 ‘새정연이 일부 시민단체와 동조해 도의회를 폄훼하고 횡포 운운’한다는 언론 보도가 2018년에 ‘새누리당이 일부 보수단체와 동조해 도의회를 폄훼하고 횡포 운운’하는 보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화합상행(和合相生)의 지혜일 것이다.

지난 이야기지만 2006~7년 도립예술단 설립과정에서 충북민예총은 새누리당이 입안한 사안에 동의하고 지지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정책대로 도립교향악단이 설립되도록 협력했다. 그뿐 아니라 현 청주예총 오선준 회장께서 도립교향악단 지휘자 임명과정에서 논란이 생겼을 때, 충북민예총은 상당한 어려움을 무릅쓰고 충북예총의 입장을 동의하고 지지했다. 그것은 예술가와 예술계의 특수한 면을 일반적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것과 사안에 따라서 화합상생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결론은 이렇다. 2015년 12월 진보진영에 대한 예산삭감은 새누리당 의원들께서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주셔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언구 도의장께, 행정문화위 임회무 위원장께, 그리고 오래 전부터 진보보수의 관계를 잘 아는 김양희 의원께 또한 엄재창, 윤은희, 최광옥 의원께 드리는 말씀은 진영논리를 넘어서 충북의 미래를 기준으로 삼아 주십사는 것이다. 충북사회를 이끄는 도의회에서 혼용무도가 아닌 화합상생을 실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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