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040831.

어제가 백중이었습니다.
절에서는 우란분재라는 의식을 치르는데,
내 기억 속의 백중은
머슴들에게 한 해 두 번 있는 공식 휴일이었습니다.

씨뿌려 가꾼 농작물이 다 자라 결실로 넘어가는 무렵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낮잠에 잠시 빠지는 엄마처럼
나무들도 여름 단잠을 자는 시기입니다.

이런 때, 콩볶듯 바쁘던 머슴들에게 쉬는 날을 주고
봄부터 여름까지의 수고를 위로하는 넉넉함을 지녔던
옛사람들의 삶결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낮에는 마지막 해님의 담금질이 있었으나
엊저녁 달은 유난히도 밝았고,
바람결은 아주 시원했습니다.

* 불가(佛家)에서는 매년 음력 칠월 보름 백중절을 우란분재라고 하여 목련존자의 효심을 기리고 선망부모와 누대조상의 천도를 불보살님 전에 기원한다고 합니다. 우란분재의 유래는 효성이 지극한 목련존자가 생전의 악업으로 악도에 떨어져 갖은 고통을 받고 있던 어머니 청제부인을 지극한 효성으로 부처님의 가피력을 힘입어 악도에서 구출하여 천상세계에 환생토록 한 눈물겨운 고사에서 비롯된 불교행사라고 합니다.

* 머슴들이 쉬던 또 다른 날은 음력 2월 초하루였는데, 이 날 아침에 머슴이 소 고삐를 만들어 주인 집 삽작기둥을 묶어 그 고삐를 붙들고 통곡을 합니다. 한 해 동안 이 집에 묶여서 일 할 것을 생각하니 설움이 복받쳐서 그랬습니다. 그러면 주인은 미리 준비한 술과 떡을 내놓고 머슴을 위로하고, 잔치를 벌여 줍니다. 거기서 힘을 얻은 머슴은 한 해 동안 그 집의 크고 작은 일을 하는 것인데, 2월 초하루와 백중은 충청북도 청원 지역의 풍습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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