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예산‧노인병원‧풀무원‧CI‧국정화…갈등은 넘치는데
편가르기‧이념논쟁 속 공권력 강경…‘신공안정국’ 우려

▲ 12월 19일 상당공원에서 진행된 3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집회참가자가 경찰에 항의하자 채증 경찰의 카메라가 분주해지고 있다.

사회 통합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고 갈등은 부풀려져 해를 넘기게 됐다. 일부 단체들은 사소한 문제까지 ‘이념’의 잣대로 ‘프레임’ 논쟁을 남발했다.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권, 국정화교과서, 학교 무상급식 문제부터 혁신학교, 종교인의 사회참여 문제까지 ‘종북’이란 꼬리표를 붙여 대립을 키웠다.
이런 움직임은 도내 지역단체 보다는 타 지역 단체가 도내에 들어와 주도했다.

발암물질 배출 1위 오명을 안고 있는 청주산업단지와 오창산업단지 입주 업체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도 계속돼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미세먼지의 위해성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이 확장 되면서 청주시 대기질 문제가 지역 현안문제로 떠올랐다.

위험에 대한 인식은 커졌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건 사고도 빈번했다. 도내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 중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과 화장품제조업체 (주)에버코스의 지게차 사망사건은 SNS를 타고 전국적인 사회 이슈로 등장했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크림빵 뺑소니 사건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까지 수행했다.

각 회사별 노사관계는 안정됐지만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노동법 개정문제로 노‧정 갈등은 심화됐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노동계는 대규모 집회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11월 14일 진행된 ‘민중총궐기’ 집회를 빌미로 대규모 사법처리 등 경찰력을 강경하게 행사했다. 지역 사회복지계도 일부 단체와 법인의 비리로 내홍을 겪었다. 충북사회복지협의회와 제천금장학원은 수사기관의 조사결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2015년 지역사회의 이슈에 대해 분야별로 돌아본다.

 

SNS 통해 전국적인 이슈로...

크림빵 뺑소니‧(주)에버코스 지게차사망 사건

‘크림빵 뺑소니’ 사건은 지난해 1월 10일 새벽 1시 30분경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로스텍 앞 노상에서 발생한 뺑소니 사망사고다. 강원도 한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고 강경호(29) 씨. 화물차 운전 일을 마치고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도중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강 씨의 아내는 임신 7개월. 강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며 지역과 전국에서 위로와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태어날 아이의 유아용품을 보내고 편지를 보내 강 씨의 아내를 위로했다. 또 네티즌들을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사이버 수사를 진행해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8월에 발생한 (주)에버코스 지게차 사망사건. 출동한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다친 노동자를 한 시간 동안 방치한 사실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시민들은 분노했다. SNS를 통해 표출된 시민들의 분노는 경찰과 노동부의 재조사를 끌어냈다.

결국 고용노동부청주지청(지청장 엄주천)은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로 이 회사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두 사건에서 보듯 도내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뜨거운 이슈가 됐다.

 

불안해요! 누출사고…걱정돼요! 미세먼지

2013년 (주)GD 청주공장에서 발생한 불산누출사고로 화학물질사고에 대한 시민 불안감은 커졌다. 기업들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청주관내 산업단지의 누출사고는 계속됐다.

10월 25일 오창산단 특수가스 제조업체 W사에서 암모니아가 가스 상태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등 26명이 가스에 노출돼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사고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사고 4시간이 지나도록 주민들은 사고 발생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

같은 달 옥산에 있는 제지공장에서도 누출사고가 발생해 일하던 노동자가 숨졌다. 9월에는 LG하우시스청주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청주시 관내에서 수십건의 크고작은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5년째 미세먼지 배출농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충청북도. 이중 청주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다. 올해도 청주시는 환경기준치인 연간 50㎍/㎥를 초과했다. 지난 해 2월에는 관측 최고치 기록도 갱신했다. 2월 23일에는 복대동 643㎍/㎥, 봉명동 609㎍/㎥, 문화동 584㎍/㎥, 용암동 568㎍/㎥, 사천동 510㎍/㎥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환경관리공단 대기질 정보를 알려주는 홈페이지 사이트의 그래프 표기 용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미세먼지는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 질병을 악화시키고, 폐 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 PM2.5는 입자가 미세하여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흡입시 폐포까지 직접 침투하여 천식이나 폐질환의 유병률과 조기사망률을 증가시킨다.

 

갈등을 대하는 자세 ‘사생결단’

지역 내 존재하는 갈등 현안 중 대화를 통해 해결된 사안은 없고 오히려 대립만 격화됐다. 올해 여름부터 청주교대 '잠두봉 백로 서식지'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됐다.

소음과 위생문제 등 피해를 호소하는 학부모 단체와 환경단체는 소나무 간벌 문제를 두고 대립했다. 해법을 찾기 위해 몇 차례 대화가 있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간벌을 주장하는 일부 학부모 단체는 급식 거부와 등교거부를 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3년째 갈등을 겪고 있는 청주시노인병원 문제도 해를 넘긴다. 이 과정에서 청주시는 노‧사 양측의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한채 병원 폐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

한수환 전 병원장은 모든 문제를 노조 탓으로 돌리며 폐업을 강행했고 청주시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병원 폐업이후에는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를 제외한 채 공모를 실시했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저항은 격화됐지만 청주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급식 예산 문제를 둘러싸고 충북도와 교육청은 해법을 찾지 못했다. 양 기관의 단체장은 자신들의 주장만 고수해 사태는 장기화됐다. 수개월째 대치하고 있는 화물 운수노동자들과 풀무원 문제도 해를 넘긴다. 풀무원 측은 회사의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전문 업체에 홍보 업무를 위탁까지 하면서도 대화에는 미온적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시위도 격화 돼 지금까지 8명이 구속됐다.

일부 보수단체들의 이념 극단적인 행동도 잦아졌다. 일명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하 대수천)은 특정 성직자를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극단적인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전개했다. 올해 1월과 12월에도 이런 행동은 계속됐다.

활빈단은 국정화교과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며 도내에서 기자회견과 시위를 진행했다. 일부 교원단체는 전교조와 교육감에 대해 이념적인 언어를 사용해 진영을 갈랐다. 포용은 없고 편 가르기가 심해진 한 해였다.

 

노사는 안정…노‧정관계는 파탄

통상임금 문제 등 노‧사 관계가 대립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도내 사업장 노사관계는 매우 안정됐다. 노동계에 따르면 임금과 단체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파업 등 쟁의행위가 발생한 사업장은 2015년 한해 열 곳이 넘지 않았다.

노사관계의 안정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노동법 개정 문제로 틈새가 깨졌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법 개정은 ‘쉬운 해고’를 위한 ‘노동법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의 중도 이탈로 홀로 남은 민주노총은 하루 파업 등을 단계적으로 펼치며 법 개정을 저지하기 노력했다.

하지만 정부는 11월 14일 진행된 ‘민중총궐기’집회의 충동을 ‘소요’와 ‘폭동’으로 몰아 붙이며 경찰력을 강경하게 행사는 근거로 삼았다. 1986년 5‧3인천 사태이후 30년 만에 소요죄를 부활시키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기소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 등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기본권 침해와 신공안정국 부활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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