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1년을 끌어온 문제가 또 한해를 넘기게 생겼다. 결국,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 분담율에 합의하지 못했다. 더 볼썽사나운 것은 서로의 명분을 앞세운 장군멍군식 여론 선전전이다. 도교육청은 22일 ‘2015년 전국 10개 시·도 무상급식 분담비율 자료’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도만을 비교해 보니 충북교육청 무상급식비 분담률은 59.0%로 강원도 67.4%, 광주 62.2%, 전북 59.1%에 이어 전국 4위로 나타났다.

반면에 지자체(충북도+11개 시·군) 분담비율은 41.0%로 전국 8위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기초 지자체(11개 시·군)만 따지면 충북은 3위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기초지자체는 많이 부담하고 충북도의 기여도는 그만큼 낮은 셈이다. 어림잡아 도교육청 4위, 기초지자체 3위인데 충북도는 8위권 이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충북도가 또 어떤 반증자료를 내놓을 지 모른다. 그간의 행태를 보면 도교육청의 도발적(?) 자료에 무대응할 리 없다. 이번에 발표된 도교육청의 전국 10개 시·도 자료도 충북도의 선수에 대응한 후수라고 볼 수 있다. 충북도는 지난 9일 보도자료에서 ‘시·도 무상급식 실태조사에서 특수학교 지원 충북 유일’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급식비 지원 비율만 따지면 충북도는 17개 시·도 중 전국 5위 수준이고, 1식 평균 급식단가는 3719원으로 전국 4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교급식법 규정과 국회 입법조사처가 해석한 바와 같이 식품비 단일 항목을 지원하는 것이 무상급식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아무 문제될 것이 없으니 도교육청이 예산을 더 세우란 압박이다. 이에맞서 도교육청은 학부모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예산안 대로라면 내년 한 달치 급식비가 펑크나는 셈인데, 이럴 경우 한 달만 유상급식을 할 지, 아니면 일부 고학년을 아예 유상으로 전환할 지 묻는 것이다.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교직원 등 12만명에 대한 설문조사다 보니 이시종 지사도 신경을 쓰일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이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은 치킨게임의 수순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상대가 먼저 비껴설 것이란 막연한 승부수로 온 도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마침내 두 차가 충돌하면 무상급식 모범도는 하루아침에 실패도가 되는 것이다. 이후 다음 지방선거에서 두 사람 모두 책임론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무상교육의 실패는 선거 필패로 귀결될 것이라 단언한다. 누리과정은 정부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무상급식은 두 단체장의 권한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새해 새아침을 축복으로 맞기 위해 두 단체장에게 다시금 제안한다. 우선 양측이 동의하는 민간 자문단을 조속히 구성하기 바란다. 예산회계와 행정에 밝은 전문가를 초빙해 충북도의 명분과 도교육청의 실리가 조화된 중재안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자문단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사전 동의가 필요할 것이다. 어차피 양 기관의 예산안은 도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2014년의 묵은 숙제를 털어내고 새해를 맞고자 하는 것은 153만 도민 모두의 바람이다. 이 바람이 바로 유권자의 명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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