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주시 ‘주먹구구식’식 기증 유물 관리 허점 드러나
기증 받을 때 약속도 안 지켜, ‘받기만 하면 끝인가’비난일어

기증을 후회하는 사람들
유물관리 시스템 갖춰야

 

“기증을 하면 소유권은 이전 된다.” 취재를 하면서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이 말은 정답이지만 때로는 곡해될 수 있다. 기증을 받을 경우 처음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국립청주박물관의 경우 기증을 받는 절차가 잘 갖춰져 있다. 기증을 받을 때 기증유물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기증을 받을지 안 받을지 판단한다. 또한 장물이나 불법 반출 유물인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하고, 학술적 가치가 있는지를 따진다. 이 때 기증자에게는 학술적 가치가 반드시 전시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성재현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학술적 가치가 있다는 것은 국가에서 따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기증을 하면 전시를 한다고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처음부터 구하는 게 중요하다. 기증자가 마음이 상하지 않게 잘 얘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 기증을 받을 때부터 청주시와 충북도는 주먹구구식으로 일처리를 했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기증유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되고 있고, 상설전시를 열 때 기증 유물들을 꺼내 전시하고 있다. 사진은 김연호 씨가 기증한 분청사기가 현재 상설전시관 ‘조선문화’코너에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이후 기증을 받기로 결정되면 유물기증원을 소장가가 작성하도록 하고, 이후 행정 절차를 밟는다. 따로 기증식을 열지 않는다. 표준유물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유물에 대한 간단한 내용정리가 되면 유물등록 과정을 거친다. 모든 유물은 데이터베이스화돼 있다. 현재 위치, 전시유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문 학예사가 기증 유물 관리해야

 

하지만 청주시와 충북도의 경우는 그 과정자체가 허술하다. 과거 서류라서 찾을 수 없다거나, 분실 또는 훼손이 됐어도 예전 담당자가 한 일이라 모른다고 일관한다. 또한 당초 기증 유물을 받았을 때의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기증을 하면 소유권이 이전되니 사실 소유자가 자꾸 민원을 제기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라는 답변이다. 기증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다. 청주시에 청동기 유물 117점을 기증한 조계형 씨의 경우 기증 유물의 행로에 대해 15년 동안 답변을 먼저 해준 적이 없다. 조계형 씨는 “지금도 공무원들이 와서 국정원 자리에 시립박물관을 지으면 전시를 해주겠다고 말한다. 시립박물관이 언제 지어질지도 모르고, 또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기증을 받은 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우암어린이회관에는 남기석씨가 기증한 서구문물 외에도 김동섭 정치학 박사가 기증한 광물·광석, 어패류·산호류, 나비, 김오곤 전 충북육아원장이 기증한 수석들로 제1·2전시관을 채웠다. 93년 나기정 시장이 기증받아 기증 전시관을 세운 이후 전시 구성이 바뀌지 않았다. 실제 평일에는 2시간 동안 있어도 찾는 이가 한명도 없었다. 이들 전시관을 관리하는 사람은 청주랜드사업소 소속 공무원 1명이다. 담당공무원이 관리업무를 맡고 있지만 따로 기획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증품들은 유리관 전시부스에 넣어져 있고, CCTV를 부착해놓았을 뿐이다. 전시관은 2005년 리모델링한 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모 학예연구사는 “기증 유물에 대한 전문 관리자가 필요했다. 공무원이 관리하는 게 아니라 학예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관리했다면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증유물에 대한 도난 및 훼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증 유물을 너무 안일하게 대우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최소한 로비에 전시라도 해야

 

조계형 씨의 청동유물이 수장고에 방치된 사연에 대해서도 모 학예연구사는 “솔직히 생각의 확장을 하면 되는 일이다. 전시관 로비 작은 공간에라도 전시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감정이 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는 ‘이달의 기증 문화재’라고 해서 전시를 해도 된다. 학예사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고인쇄박물관에서 고려시대 청동기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기증자에 대한 유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만나서 상의해야 한다. 기증자가 원하면 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제안했다.

고인쇄박물관 측은 “최근 박병선 박사의 기증유물전시와 독일 구텐베르크 박물관 벤츠 관장의 기증유물전시를 열었다”고 답했다. 고인쇄박물관은 현재까지 35여명의 기증자가 1000여점을 기증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낸 기증유물 전시에 대해서는 “예전에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이 두건이 다”라고 답했다. 기증자들에 대한 도록을 작성한 적도 한 번도 없다.

반면 국립청주박물관의 경우 2012년 기증자들의 유물에 설명을 담아 도록을 제작하고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전시회 때에는 기증자들을 초청했다. 기증 유물들도 기획전 내용에 따라 수시로 전시관에 등장해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일례로 국립청주박물관에 800여점을 기증한 김연호 씨의 분청사기는 현재 상설전시관 ‘조선문화’코너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 공간에는 곳곳에 기증자들의 유물과 간단한 설명이 눈에 띈다. 성재현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아카이브 성격으로도 시간이 지나면 기증유물 도록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장고에서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청주시의 기증유물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청주시에 기증유물이 쏟아진 것은 모두 나기정 시장 때 일이다. 문화시장을 표방하며 기증 유물에 욕심을 냈지만 이후 다음 시장들이 제대로 이어받지 못했다. 선한 욕심이었지만 그 결과는 기증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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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석 씨 유물은 누가 관리했나 ‘진실공방’

시 “지인인 Y가 열쇠 가지고 관리”VS 남씨 “미화요원 중 한명”

 

청주랜드사업소 측은 남기석 씨의 유물을 지인인 Y씨가 열쇠를 갖고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당시 Y씨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미화요원 신분으로 일했다. 이에 대해 청주랜드사업소 측은 “미화요원이 다른 직종보다 월급이 많기 때문에 일부러 Y씨를 미화요원으로 채용했다. 전에 일했던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남기석씨와 매우 긴밀한 관계였으며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시관 관리를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기석 씨는 발끈했다. 그는 “Y씨와 지인사이였던 것은 맞다. 처음에 채용할 때 나기정 시장에게 Y씨의 취업을 부탁하기도 했지만 전시관 관리를 한 게 아니라 미화요원 일을 했다. 당시 미화요원이 3명 있었는데 각 층마다 키를 갖고 입구를 열고 따는 일을 했다. 그 중에 한명 일뿐이었다. 내가 매점에서 나오면서 Y씨도 일을 그만두게 됐다. 당시 유리전시관 안에 작품이 있는데 미화요원이 무슨 수로 이를 빼돌릴 수 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남씨는 “Y씨를 증인으로 세울 수도 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에 청주랜드사업소 측은 “방송이 나간 후 항의 전화도 많이 받고 업무가 방해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죽하면 경찰서에 이 사건을 의뢰했는데 시간이 지나 수사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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