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청주시에 청동기 유물 117점 기증한 조계형 씨
“15년동안 유물 수장고 신세, 이럴거면 왜 기증유도했나”

기증을 후회하는 사람들
창고에서 유물이 잠자고 있다

고인쇄박물관 인근에서 고미술 전문점인 ‘옛날옛집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조계형(65)씨는 요즘도 지난 15년 전에 기증한 유물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는 2000년 청주시에 청동 동경(銅鏡) 55점 포함 금속유물 총 117점을 기증했다. 당시 그는 개인 미술관을 짓는 꿈을 포기하고 기증을 결심했다. 개인이 소유하기 보단 사회에 환원했을 때 영구보존 및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조계형 씨는 2000년 청주시에 청동기 유물을 기증할 때 상설전시를 약속받았지만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 조 씨의 기증유물은 15년 째 수장고에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하지만 기증할 당시 한국공예관에서 2주 정도 기증특별전 연 것이 전부다. 그 이후로 그는 기증한 유물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답답해서 청주고인쇄박물관 측에 문의를 해봐도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나중에 백제유물전시관 수장고에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는 청주시에서 받은 것이 나기정 시장이 준 감사장이 전부라면서 보여줬다. 조씨는 기증을 할 때 청주시로부터 “상설전시관을 지어서 전시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청주시 기증 뿐만아니라 보은군에 삼국시대 토기 100여점(2000년), 제천시에는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 이르는 도기 120점(2001년)을 기증했다. 조씨의 기증유물은 보은의 경우 향토박물관에 제천은 청풍문화재단지에 별도의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에 기증한 유물은 도저히 향방을 알 수 없다는 것. “올해 진천에 한 초등학교 교장이 역사교육자료관을 짓는다고 해서 청주시에 기증한 청동유물 얘기를 꺼냈더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아마 시장에게 항의한 것 같다. 이후 올해 5월쯤 고인쇄박물관장이 갤러리에 와서 전시를 조만간 해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또 몇 개월이 지났는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반환청구소송을 할 예정이다.”

▲ 조계형 씨가 기증한 고려시대 청동인장들

확인해보니 조씨가 기증한 유물은 올해 7월 고인쇄박물관 수장고로 이관한 상태다. 하지만 향후 전시 계획에 대해서는 고인쇄박물관 학예사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기증을 받을 때부터 학예사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들은 “고인쇄박물관은 주로 서지류를 기증유물로 받는다. 청동기 유물은 박물관 성격에 맞지 않는다. 전시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나기정 시장이 기증을 받으려고 할 때 ‘기증 유물이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당시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이자 문화재 위원인 정영호씨, 우리나라 최고의 감정전문가인 백부영씨가 유물의 가치에 대해 입증을 해줬다. 청동동경에 새겨진 문양이나, 청동 인장에는 고려시대 활자가 새겨져 있다. 고려시대 공예품이 고인쇄박물관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유물 기증 약정서도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정 그렇다면 처음부터 받지 말았어야 한다. 상설전시를 약속했기 때문에 기증한 것이다. 원래 충북대 박물관에 주려고 했는데 시 고위급 관계자가 쫒아와 청동유물은 금속활자 직지의 고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방향을 돌릴 것을 권유했다”라고 억울해했다.

이어 그는 “지하창고에 있느니 차라리 우리 갤러리에 전시해서 보여주는 게 낫다. 30년 동안 모아왔던 유물이다. 시로부터 한번이라도 속 시원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 언젠가 전시가 되겠지 생각만 하다가 세월만 흘렀다. 솔직히 화가 많이 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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