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제천시협의회 북한 고성군 인민위원회 공동 주관
지역업체 제쳐두고 서울업체와 수의계약

11월 고성군 현지에서 농장 간판 제막식 및 제천 사과 홍보 이벤트 계획

제천시가 남북 교류 협력 증진과 지역 홍보를 목적으로 민주평화통일제천시협의회(회장 이종호)와 북한 고성군 인민위원회 공동 주관의 과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오는 11월 고성군 현지에서 농장 간판 제막식 및 제천 사과 홍보 이벤트를 열기로 하는 등 현지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판 제막 등 핵심 사업에 외지 업체가 수의 계약 방식으로 디자인과 제작 납품을 수주키로 하자 지역의 관련 업계가 반발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제천시는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26일까지, 5월 7일부터 21일까지 2회에 걸쳐 평화 통일 기원 과원 조성 사업을 위한 성금을 모금해 1차 7986만여 원, 2차 2582만여 원 등 총 1억 500여만 원의 관련 기금을 확보, 제천시남북교류추진위원회에 이를 전달했다. 또 시 예산에서도 8천여 만원을 책정해 관련 기금으로 집행했다.

이에 따라 제천시는 오는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북한 고성군 삼일포 농장에서 간판 제막식을 여는 한편, 금강산 온정각과 온천장 황금마차 등지에서 사과 매장 개장 및 이벤트를 개최키로 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가로 8m, 세로 5m 규모로 삼일포 농장에 세워질 간판에는 제천 지역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판화가 이철수 씨의 목각 서체 등이 새겨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간판 도안과 제작 대행사로는 서울의 K사가 내정돼 현재 기초 도안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체 예산의 25%가 넘는 5000만 원의 고액이 소요되는 간판 디자인 및 제작에 지역 업체가 참여하지 못한 데다가, 외지의 특정 업체가 수의 계약 형태로 관련 공사를 수주한 것은 제천을 널리 알려 지역 경쟁력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이번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시민들의 손때가 묻은 성금과 시민 혈세로 충당된 것인데, 제천 지역의 경쟁력 있는 광고 간판 관련 업체를 제쳐 두고 서울의 특정 업체를 불러다가 간판 제작을 의뢰한 시의 처사는 지방 분권과 지역 자치에 위배된다"며"가뜩이나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부문도 아닌 관급 공사에서 지역 업체를 배제하고 서울 업체에게 시공을 맡긴 것은 제천시의 지역 경제 활성화 시책이 한낱 선전 구호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간판 제작 업체를 서울의 K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농업축산과 등 실무 담당 부서가 배제된 것으로 나타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사실 K사가 고성 삼일포 농장에 간판을 세운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간판 공사와 관련해) 연결이 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이번 간판 제막 행사에 현대아산과 통일부 등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을 감안할 때 유관 업체나 기관의 추천이 있지 않았나 하는 정도의 추측을 할 뿐"이라며 간판 업자 선정이 윗선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당초 지역의 간판 업체들에게 삼일포 농장에 건립될 간판 제작과 관련해 제안서 제출 등을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K사를 밀어주기 위한 의도적인 지역 업체 배제는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 업계는 이 같은 시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처음부터 시가 K사에게 간판 제작을 발주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제천에서 광고 간판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 S씨는 "제천시가 북한에 홍보 간판을 세운다는 얘기는 최근에서야 간접적으로 들었을 뿐 지금까지 시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며"더욱이 가로 8m, 세로 5m 정도의 중급 간판을 5000만 원이라는 고가에 수주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5000만 원 규모의 공사를 추진하면서 입찰 공고 등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지역과는 어떠한 연고도 없고 검증조차 되지 않은 서울의 K사가 제작 업체로 선정된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농장 간판 제막 및 제천사과 홍보 판매 이벤트와 관련해 제천시가 내세운 궁극적인 행사 취지는 "제천의 브랜드화"다. 이미 간판에 새겨질 문구가 세계적인 판화가 이철수 화백의 목각으로 결정이 된 상태여서 편집 도안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기술력이 요구되지도 않는 간판 제작까지도 서울의 특정 업체가 수의 계약으로 수주를 약속 받는 풍토에서 지역 푸대접론이나 공공 기관 제천 유치 등의 주장이 중앙에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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