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또 애꿎은 학생들이 앞장서게 됐다. 부실사학의 제일 큰 피해자인 학생이 학교 정상화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괴산 중원대 총학생회는 철거 위기에 놓인 학생기숙사 때문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임시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탄원서를 작성해 재학생 1820명 서명을 받아 충북도, 괴산군에 제출했다. 검찰 조사결과 중원대는 25개 건물 중 본관동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24개동을 허가나 설계도면 없이 건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학 최고 책임자인 재단이사장과 전현직 총장이 건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불법에 공모한 공무원, 건축사를 비롯해 묵인해 준 임각수 군수까지 총 24명이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문제가 된 무허가 건물 중 하나가 바로 학생 기숙사였다. 괴산군은 설계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증축한 건물에 대해 23일까지 철거를 명령했다. 본관동 일부 증축물과 기숙사동, 경비실동, 휴게소, 누각동 등이다. 당장 오갈 데 없어진 학생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불법비리는 사학에서 저지르고 피해자인 학생들이 뒷수습을 맡은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학생들을 앞세우기 전에 이사장이나 총장이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리다. 고작 “책임을 통감하고 심려를 끼쳐 드려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사과문으로 끝낼 일은 아닌 것이다. 자신들은 뒷전에 숨고 순진한 학생들을 읍소전략에 동원한 모양새다.

중원대는 대학유치라는 명분으로 지자체로부터 과분한 혜택을 받은 경우다. 학교를 둘러싼 퍼블릭 골프장부터 연회장, 사우나, 수영장까지 각종 위락시설을 갖추고 있다. 야외수영장은 워터피아라는 이름으로 성인 1만8천원, 소인 1만5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내부에는 황토, 소금, 옥원적외선 사우나와 수중 마사지탕 등 의 웰빙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워터파크 사용자의 SNS글을 보면 카드결제가 안되고 현금만 사용토록 해 탈세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 이외의 과도한 위락시설로 인해 종교재단의 다른 이용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2년 연속 부실대학 선정에 맞서 재단이사 퇴진운동을 벌여온 청주대 박명원 총학생회장이 재물손괴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올초 김윤배 이사의 부친인 고 김준철 전 이사장 동상을 철거한 혐의다. 범대위 소속 교수회장, 동문회장, 직원노조위원장이 함께 기소됐다. 대학 3년생인 박 총학생회장은 사회 진출을 코앞에 둔 대학생이다. 자칫하면 세상에 내미는 첫 이력서에 전과내용을 기재하게 생겼다. 함께 회의하고 고민했던 어른들이 정작 후배 한명 보호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총학생회 집행부 학생들이 꼬박 1년을 헌신해 학교정상화에 나섰지만 재단은 철옹성 그대로다. 청주시내 진학담당 교사들에 의하면 2년연속 부실대학이 되면서 대표적인 ‘기피대학’으로 추락했다. ‘기피대학’의 졸업생들은 사회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다. 사학재단의 무한욕심이 학생들에게 무한대 피해를 낳고 있다. 답은 간단명료하다. 이사진에 공익이사를 참여시켜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종교재단, 족벌재단의 폐쇄적 구조를 벗어나야 온전한 향토사학이 될 수 있다. 지역민이 신뢰하는 ‘향토대학’, 이만한 경쟁력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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