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17세기 프랑스를 풍미하며 프랑스의 전성기를 누렸던 루이 14세가 문득 떠오른다. 그는 유럽의 절대왕정 시대의 상징이었다. 왕권신수설을 신봉하여 자신을 신의 대리자로 지칭하며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가 말한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권력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결국 프랑스대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고 만다.

요즘 충북도의회의 원칙 없는 예산삭감을 보며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루이14세가 연상된다. 도의원 한명 한명이 입법기관이라는 권한은 도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다. 대다수 민의를 대변해야 함은 물론이고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범위에서 공익과 공동선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리고 주어진 권한은 이를 위해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도를 넘는 새누리당 도의원들의 행태는 권한을 넘어 절대 권력을 지닌 착각 속에 빠져있는 인물들로 보인다.

제10대 충북도의회는 출범부터 남달랐다. 원구성을 새누리당 싹쓸이로 일당독식 했으며,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며 스스로의 권위를 내려놓는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술자리 추태를 부린 자신들의 잘못에는 관대했으며, 의정비를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고, 쌈짓돈이라 불리는 재량사업비 지키기 위한 집행부 압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추경 때부터 쪽지 예산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연말 예결산 심사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시민단체가 즉각 문제 삼고 언론보도가 되자 차마 실행에는 옮기지는 못했던 일들이 이번에 그대로 실행에 옮겨졌다.

시민단체 중간지원조직인 NGO센터 사업예산 전액이 삭감되었다.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충북민예총 예산은 70%가 삭감이 된 반면, 충북예총은 도보조금 수천만 원을 횡령하여 사무처장이 구속되었지만 전혀 패널티가 없다. 상임위에서 심사했던 도의원의 증언에 의하면 심사기준의 원칙,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객관성, 공정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역발전마저도 무시되었다. 충북지역 균형발전의 상징인 충북종단열차 사업비도 전액 삭감, 청년, 여성 분야 예산을 비롯하여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삭감조치가 가해졌다.

충북도교육청은 훨씬 피해가 심각하다. 가용예산의 20% 이상이 삭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도민의 지지로 당선된 교육감. 그의 핵심공약인 혁신학교 관련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었다.

낭비성 예산을 정당한 사유로 삭감하여 무분별한 예산남용을 막기 위한 예산심의 권한은 도의회의 고유 권한이고 충분히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누가 봐도 설득력 없고, 권력 남용에 가까운 무원칙한 예산삭감은 집행부 길들이기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어 보인다.

문제는 상임위 심사과정의 문제점이 충분히 노출되었음에도 계수조정을 하는 예결위원회 위원장은 상임위를 존중하는 것이 당론이니 그대로 적용시키겠다는 방침 속에 오히려 약 137억을 추가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도교육청의 누리과정예산은 대통령이 공약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전가한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정부에 문제제기를 위한 건의문 채택은 하지 않고, 오히려 교육청을 압박하여 누리과정 예산을 세워오지 않으면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견제와 감시기능만 과잉인 충북도의회, 협력기능은 전무한 충북도의회, 지역발전 보다는 새누리당 당론이 우선인 충북도의회! 이것은 현재 충북도의회 현주소이다.

그럼에도 충북참여연대 동네정치활력소가 얼마 전 진행한 충북도의회 1년 평가 결과는 아주 실망스러웠다. 지난 1년간 2차례의 정례회와 임시회를 모니터링하고, 조례 제정 건수 등을 취합해 본 결과 전문성과 사전 준비, 자질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본 자질은 부족하면서 권력의지만 불태우는 도의회가 부끄럽다. 예술단체의 1년 예산 1천만 원은 낭비성예산이라며 과감히 삭감하면서, 자신들의 1박2일 연찬회에는 1천만 원을 아낌없이 지출하는 그들의 절대 권력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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