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방에 코너 마련, 행정단위 별로 작가리스트 작성 눈길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학교에서 ‘지역작가’작품을 구매하자

금천동에 위치한 꿈꾸는 책방에는 지역작가들의 간단한 이력과 함께 출간한 책들 40~50종이 전시돼 있다. 꿈꾸는 책방의 이연호 대표는 “지역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금은 지역문인들의 작품을 약간 ‘대우하는 정도’이다. 앞으로 지역의 문인들과 어떠한 교집합을 형성해 나갈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 꿈꾸는 책방에 마련된 지역작가들의 작품 코너. 행정단위별로 지역작가들의 간단한 이력과 작품을 전시해 눈길을 끈다.

올해 여름 문을 연 꿈꾸는 책방에는 서점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가치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 지역작가 코너를 따로 연 것도 그 일환이다. 정기적인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고, 책읽기 모임, 저자와의 만남 등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동네 서점들이 솔직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서점이 그냥 책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사회가 정보가 부족한 것도 아니지 않나. 1년에 신간만 50만종이 쏟아져 나온다. 독자가 피곤할 정도다. 신간이 30~35만 정도 일 때가 좋았다. 대형서점시대가 가고 이제는 서점이 독자에게 필요한 책을 골라서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하자

 

지역문인들의 코너는 상당구, 청원구, 서원구, 흥덕구별로 정리돼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이 대표는 “손님들이 이 코너를 보며 이 시인이 우리 동네에 살고 있었냐며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일단은 만날 수 있는 작은 문을 연 것이고 이후 지역문인들과 함께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라고 답했다.

▲ 꿈꾸는 책방 이연호 대표는 서점이 이제 지역의 이야기를 하고, 역사와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꿈꾸는 책방 전경.

이 대표는 충주에서 92년부터 20년 넘게 서점을 운영했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처음 책을 팔았다. 지금은 충주에 꿈이 있는 글터, 주덕에 하늘문고를 운영 중이다. 이들 책방은 사진, 인문학, 바느질 등 취미강좌를 여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충주에서 인문학 강좌가 열리면 청주에 있는 독자들이 찾아온 적도 많았다고.

이 대표는 “서점이 책 이야기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는 데 어떤 책을 갖고 어떤 얘기를 할지 맥락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청주지역 역사와 문화 전반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형태는 다양하다. 답사를 떠날 수 있고, 전시회도 열 수 있으며 이야기장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지역을 마주 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서점이 이 두 가지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꿈꾸는 책방에서는 매달 문화강좌 및 강연회가 열린다.

우리지역의 이야기를 유통시키는 건 지금까지 서점도 그리고 작가들도 무심했다. 지역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고, 서점도 지역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이 대표는 “나는 청주와 연고가 하나도 없다. 청주에 서점 문을 열었기 때문에 지역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도리라고 본다. 정기적으로 지역작가와 독자들의 만남 행사도 서점에서 개최할 수 있다. 청주지역 작가들도 1년에 나온 책에 대해 목록을 작성해 좋은 책을 서점에서 전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안 된다는 생각을 깨야 한다. 지역작가와 독자를 꿰는 작업을 서점이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국의 서점들이 모여 만든 서점학교의 교장을 맡고 있다. 서점의 변화에 대해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것도 책임이 막중하게 느껴져서다.

 

청주시에 있는 15개의 서점

 

현재 청주시에는 15개의 서점이 있다. 참고서, 문제집만을 취급하는 서점은 제외된 숫자다. 지역서점연합회는 올해 초 청주시작은도서관 협의회와 MOU를 체결했다. 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오혜자 대표(초롱이네 도서관장)은 “지역서점들이 지역의 독서층과 결합하려는 시도는 의미있다. 문화적 행사 등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앞으로 공유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서점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 생겨난 서점들은 새로운 생존방법을 고민하는 셈이다. 오 대표는 “지역 내 작은 도서관과 서점의 연결고리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본다. 지역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지역서점도 늘고 있다. 지역작가들이 아무래도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 초청행사 등을 열 수도 있다. 내년에는 서점과 작은도서관, 지역작가들이 함께 어우러진 책 축제를 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지역에 책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알찬 연대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작은도서관들은 현재 119개소이고, 협의회에 소속된 단체는 45개소다. 오 대표는 “지역의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작은 도서관들이 지역작가들과 한 해 도서관의 주제를 같이 고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올해 작은도서관들은 환경을 주제로 지역의 숲해설가를 초청해 강의도 듣고 체험도 같이 진행했다. 주제를 정해서 만남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시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가운데 현재 청주시립정보도서관에서만 향토작가 코너가 마련 돼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2010년쯤 한국문인협회에 의뢰해 작가들의 작품을 받았다. 430점 정도 현재 전시돼 있다. 이후 신간을 내는 지역작가들이 있으면 정보를 확인하고 책을 따로 구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도서를 구입할 때도 순번제로 동네서점을 이용한다고.

도서관 관계자는 “지역작가들이 대형출판사에서 책을 내지 않다보니 솔직히 판매용으로 따로 구입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작가들에게 작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지 않나. 작가들이 리스트를 작성해주면 구매하고 전시하는 데 훨씬 더 일이 수월하다. 현재는 대표적인 출판사에서 책을 낼 경우에만 구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향토작가 코너는 정기간행물실에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문인 모씨는 “서점, 도서관, 작가들 모두 일종의 중앙에 대한 판타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먼저 교류할 수 있고, 독자를 만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동안 이런 얘기들이 나왔지만 모두 노력이 부족했다. 이번 기회에 서로가 서로를 위해 도와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마다 일선 학교에서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목록을 만들어 구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