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연일 파행을 거듭하자 충북도교육청이 사상 초유의 '준예산제' 체제에 대비하고 있다.

개청이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례 없는 상황이어서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13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의회 예결위는 지난 11일 7차 회의를 열었으나 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원을 반영한 '수정 예산안'을 제출하지 않자 예산심사 자체를 보류했다. 지난 10일 6차 회의에 이어서 두번째 심사보류다.

예결위는 14일 오전 10시 심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회의 개회 전까지 수정예산안을 제출하라고 재차 요구했으나 도교육청은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원을 떠맡지 않겠다는 자세다. 양쪽 모두 명분없인 후퇴할 수 없는 처지라서 후속 예결위 일정에서도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 역시 준예산 체제로 갈 가능성이 없진 않으나 더 심각한 쪽은 도교육청이다. 예결위가 움켜쥐고 있는 도와 교육청의 본예산안을 분리심사한다는 게 도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만약, 도의회가 회계연도 개시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아 준예산 체제로 간다면 도교육청은 어떤 상황을 맞게 될까. 한마디로 교육사업은 올스톱된다.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에 따라 교육청이 쓸 수 있는 돈은 공무원 봉급과 서무처리에 필요한 기본경비, 법령상·조례상 지출의무가 있는 사업비, 전년도 예산에서 승인한 계속사업비다.

인건비와 일반운영비, 여비, 업무추진비, 직무수행경비, 연금부담금, 배상금, 일반보상금 등이 쓸 수 있는 예산의 거의 전부다.

교육청이 내년도 본예산안에 반영한 ▲학교신·증설 638억원 ▲저소득층 학비 21억원 ▲교과서지원 107억원 ▲돌봄교실 152억원 ▲학교폭력예방 사업 63억원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지원 172억원 ▲특수교육 복지지원 159억원 ▲기숙형중학교 설립 50억원 ▲저소득층 교복 지원 6억원 ▲교육환경·시설개선 649억원 등은 집행할 수 없다.

문제는 초·중학교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느냐다.

계속사업으로 볼 수 있는지, 법령상·조례상 지출의무가 있는 사업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게 교육청의 견해다.

만약 계속사업도 아니고 법령상·조례상 지출의무도 없는 사업이라면 교육청은 한푼도 집행할 수 없게 된다.

도의회 새누리당은 14일 오전 9시30분 의원총회를 열어 충북도와 도교육청 예산안 심사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어린이집 누리과정이 반영된 수정 예산안을 도교육청이 제출하지 않으면 심사를 보류한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는 상태다. 도교육청이 사상초유의 준예산 체제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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