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1년전의 악몽이 현실화됐다. 그때는 꿈으로 끝났지만 올해는 칼바람이 불었다. 도의회 상임위가 내년도 충북도·도교육청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칼질을 했다. 충북도는 280억원, 도교육청은 542억원을 삭감해 예결위로 넘겼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회의진행에 새정치연합 도의원들은 퇴장했다. 결국 새해 예산안 심의는 2/3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 의원들의 독무대가 됐다.

2014년 12월 도의회 예결위는 괴문서 소동을 겪었다. 새정치연합 임헌경 의원이 “예결위가 진행되기도 전에 의회 안에서 특정사업비를 무조건 삭감하라는 내용의 지시문과 같은 괴문서가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임의원이 공개한 괴문서의 제목은 ‘아랑곳하지 않고 삭감해야 할 사업’. 심사할 것도 없이 눈 딱감고 잘라내라는 뜻일 것이다. 과연 얼마나 부질없고 부당한 사업일까?

‘괴문서’에 열거된 사업은 충북순회음악회, 충북문화예술아카데미, 서예학술발표회 등 충북민예총이 주관하는 문화예술사업이 눈에 띄었다. 또한 충북NGO센터의 NGO리더 양성교육비도 포함됐고 이시종 지사가 제안한 세계무예마스터십 준비비 등 7∼8개 추진사업이 포함됐다. 결국 진보적 예술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이 지사의 역점사업이 타켓이 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영논리에 빠져 진보성향 단체와 새정치연합 단체장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음모(?)가 발각되면서 지난해 칼질은 시늉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1년 뒤 그 ‘괴문서’에 올랐던 사업들은 또다시 칼도마에 올랐다. 올해는 예결위로 넘어가기 전에 상임위에서 마구잡이로 잘랐다. 대상은 더 광범위해져 이통장연합회 워크숍·체육대회, 주민자치위원회연합회 워크숍 예산도 제물이 됐다. 여성단체해외교류지원사업, 청주여성인력개발센터 예산 등 여성단체 지원예산도 잘라냈다. 충북의 씽크탱크인 충북발전연구원의 미래전략과제 발굴 워크숍 예산도 사라졌다. 이통장과 주민자치위원회, 여성단체들까지 싸잡아 정치적 반대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라면 정신착란(?) 수준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공명선거로 치르기 위해 무분별한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은 자제해야 한다”고 나름의 삭감 명분을 밝혔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도 ‘지속해온 의례적인 사업’은 보조금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오히려 총선을 내세워 특정 민간단체의 예산만 도려내는 행위야말로 정치적이고 선거공학적이다. 더구나 주민의 대표인 이통장, 여성단체, 주민자치위원회 행사까지 문제삼는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보수 여당이 선거때마다 우군으로 활용한 그룹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방의회가 할 일은 정치가 아닌 자치다. 도민들은 여의도 국회의 편가르기식 세대결을 원치 않는다. 21석으로 10석의 야당을 젖혀두고 의장부터 상임위원장까지 싹쓸이하는 행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새누리당은 바로 직전 도의회에서 25대 5의 소수당 설움을 겪었다. 그때 5명 중 10대에서 재선에 성공한 의원이 3명이다.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때 다수당 새정치연합의 무소불위(?)가 이 정도였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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