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송전선로 문제로 소란스럽다. 주민들은 서로 불신하고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청주시가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입주기업들에게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 벌인 일이 엉뚱하게도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동림리 주민들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청주시의 요청으로 전력 공급선을 찾던 한국전력이 옥산면 장동리 산위로 지나가는 15만 4000볼트 송전선로에서 선로를 따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애초에는 다른 안이 있었다고 한다. 동림산을 가운데 두고 서쪽으로 지나가는 안이다. 이 지역은 세종시 전동면으로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주민들은 5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동림산 동쪽으로 송전선로가 지나가면 120가구가 영향권 아래 있다. 거리도 옥산면 쪽이 돌아가는 형태다. 700미터나 더 길다. 당연히 건설비도 일부 더 들어가고, 주민 보상 및 지원에 필요한 비용도 더 들 수밖에 없다.

한전으로부터 입지선정 과정을 위탁받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는 최우선 가치로 주민갈등 최소화를 꼽았지만 결과는 옥산면 경유안이었다. 많은 주민들이 살고, 이해관계가 얽혀 주민갈등이 불 보듯 뻔한 곳인데도 말이다.

취재결과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애초의 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림산 동쪽으로 지나가는 안과 서쪽으로 지나가는 2개 안을 놓고 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그러니 ‘원래’라는 표현은 잘못됐다.

덕분에(?) 마을은 연일 소란스럽다. 취재를 해보니 원인은 청주시에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주시가 책임져야 한다. 청주시는 회의에 참석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했다. 자신들이 요청한 일인데다, 세종시는 송전선로 공사를 안 해도 관계없는 반면 청주시는 전기공급이 필요했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세종시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지만 청주시는 세종시에 요구하지 못했다. 반면 세종시는 당당했다. 회의석상에서 청주시를 만난 세종시는 “청주시 산업단지에서 쓸 전기를 구하는데 왜 세종시가 피해를 봐야하느냐”고 물었고, 청주시는 세종시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청주시가 섣부르게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세종시로 송전선로가 지나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세종시도 언젠가는 전력 공급이 필요할 일이 생기고, 그 일로 청주시에 송전선로 건설 부지를 요청할 수도 있다.

송전선로는 지자체의 이익보다 국민의 건강과 재산권 보호, 공공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청주시는 옥산면 경유안이 협의체의 공식적인 선택으로 결정될 때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세종시를 찾아가 다수의 청주시민이 고통 받지 않는 안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고통을 입게 될 세종시 전동면 5가구에 청주시 차원의 위로를 하더라도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만약 이대로 옥산면 경유안으로 송전선로가 건설되면 청주시는 기업유치를 위해 시민들의 건강을 볼모로 한 지자체라는 오명을 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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