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이경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 이경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우간다, 나이지리아…. 이 국가 명들을 들으면 우리는 서방 언론을 통해 이 먼 이국땅에서 정치적 격변이나 테러 내지 내전의 소용돌이에서 일반인들이 희생당하고 고통 속에 있으면서 서방 국가나 국제 기구의 인도적 개입 여부를 놓고 논쟁하는 장면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국가들은 단지 국제면 뉴스거리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충북 지역에도 사람의 모습으로, 정확하게는 이주노동자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필자는 이주민노동인권센터에서 이들을 주로 임금체불, 산재신청, 난민신청 등의 문제를 안고 도움을 구하는 이주노동자로서 만나게 된다. 우리 센터가 위치한 청주의 특수성은 이주민과 관련하여 미등록 이주민들, 소위 불법 체류자들을 단속하여 강제 출국시키기 이전에 보호하는(사실상 구금하는) 외국인보호소가 미평교도소 옆에 있다는 것인데, 우리 센터로 직접 찾아오거나 구금되어 전화로 면회를 요청함에 따른 것이니 실은 업무상 만남이다.

충북에서 만난 수슬림들은 하나같이 생존의 문제로 심하게 고통 받고 있었다. 이집트의 반정부 민주화 투쟁에 가담해서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는 이집트 이주노동자, 탈레반에 의해 본인과 가족의 생명이 물리적으로 위협받고 있어서 유학생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지금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파키스탄 젊은이, 이집트의 소요 사태와 탈레반의 위협은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있었다.

또 수많은 이들이 저임금 및 임금체불, 열악한 거주상태로 고통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두 사람을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은 한국어나 영어에 서툴고, 그러니 의사소통의 한계로 인해 악덕 사업주의 노동착취나 인권침해에 언제나 노출돼 있다.

최근 진천의 한 악덕 직업소개소가 위에서 언급한 무슬림들에게 진천과 오창에 소재한 공장들에 일용직 일자리를 알선하고 수년 동안 고의적 상시적으로 임금을 대신 일괄 지급받고 횡령한 사실을 나는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고, 지난 일요일 오후 이들의 안식처인 ‘진천 이슬라믹 센터’(Jincheon Islamic Centre)에서 피해자들을 집단 상담하고 돌아왔다.

20평 남짓의 이층 공간, 여기서 상담을 마치고 로티와 양고기 스튜를 저녁으로 대접받고 거기다 따뜻한 짜이도 마셨는데, 그 중간에도 이들은 저녁 기도 시간에 하던 일을 멈추고 메카를 향해 머리리를 조아려 몸과 맘을 하나로 모았다. 그들의 소박한 언행은 이슬람(Islam)이라는 보편을 중심으로 국적을 불문하고 형제애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피해 사실을 듣고 울분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다양한 국적의 무슬림들이 서로 도우며 쉼의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보고 인간의 훈훈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서방 언론에서 듣고 보는 것과 다른 이슬람, 여기 충북에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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