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이재표 청주마실 대표

20대 총선이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야는 아직까지도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정해진 것은 현재의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겠다는 것뿐이다. 그 안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선거구 재획정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현행 선거구의 인구편차에 대해 헌법불일치 판정을 내림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라고 결정하면서 법 개정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았다. 따라서 이달 31일이 지나면 현행 선거구는 무효가 돼 선거구 공백 사태가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는 정치신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뿐더러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12월15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지만 선거구가 사라지면 예비후보자 신분도 없어지고 법으로 보장된 선거운동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견해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축소를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며 맞서고 있다. 그 간극은 너무나 넓어서 좁혀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충북은 헌재의 셈법대로라면 의석수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면서 산술적으로 청주는 4개 의석이 돼야하지만 인구가 80만명 대인 다른 도시들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1석이 줄 가능성이 높다. 남부3군은 중부4군의 괴산군을 선거구에 편입시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예상일뿐 여야 합의를 거쳐야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신인들은 심리적 위축과 기회상실이라는 두 가지 불리함을 안고 싸워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심리적 불안감은 야당 후보군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합집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거부하면서 당이 쪼개지는 상황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 대표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호남 당원들은 문 대표에 대해 당원소환투표까지 청구하고 나섰다.

호남에 똬리를 튼 천정배 신당이 가시화되고 있고 여기에 어떤 인사들이 합류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보낸 안철수 전 대표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합류하는 이른바 ‘손-안-천 연대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진보정당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이후 정의당을 기준으로 ‘헤쳐모여’가 이뤄지는 추세다.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정의당, 진보결집+(더하기) 4개 조직의 4자 협의체 체제로, 지역별로 통합 정의당을 재창당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 정의당은 새정치연합의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창당 이해 최고인 5~8%대의 정당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분당 사태에 들어가는 등 야권분열이 극대화 되면 진보정당 꿈의 지지율인 10%에 기대를 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분당과 정의당의 약진은 야당성향 정치신인들에게 출마의 통로는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일대오로 나설 거대 야당에 맞서 금배지를 달 가능성은 이전 총선에 비해 희박할 수밖에 없다. 충북도 전국적인 판도와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제세, 노영민, 변재일 의원 등 충북의 야당 3선 중진들은 꿈의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은 다른 것은 몰라도 세대교체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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