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서산 15억·새만금 8억 민간공항 타당성 조사 용역비 세워
청주공항, 활주로 연장·국제선 정기노선 10년째 제자리 걸음

▲ 전북 새만금 공항과 충남 서산 공항의 타당성 조사 용역비가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민간공항 건설의 첫발을 내딛은 가운데 거리가 가까운 청주공항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청주공항이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게 됐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북 새만금 공항과 충남 서산 공항의 타당성 조사 용역비가 반영됐다. 새만금 공항 8억원, 서산 공항 15억원의 예산이 수립돼 민간공항 건설의 첫발을 딛게 됐다. 서산은 청주공항과 불과 100km 떨어진 지역이고, 새만금도 청주공항과 전남 무안공항간의 거리가 비슷한 지역이다. 청주공항의 항공수요권역에 포함된 2개 지역에서 동시에 민간공항 개발에 나선 셈이다.

최근 충북도와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는 청주공항 연간 이용객 200만명 돌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지방공항 중에 이용객 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자랑은 더이상 힘들게 됐다. 충남·전북 공항이 추진되면 중부권 관문공항의 지위는 잃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충남북·대전·세종 충청권 4대 광역단체의 청주공항 활성화 공조사업도 탄력이 떨어질 것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지방공항 추진과 청주공항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 짚어 본다.

역대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히는 것이 지방공항의 난립이다. 수요예측을 무시하고 선거때마다 늘어난 지방공항이 14개. 김포·김해·제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항이 작년까지 적자였고 대구·청주가 올들어 흑자전환 됐다. 지난해 11개 지방공항의 총 적자는 593억원에 달한다. 이용객이 적다보니 만성적자를 면키 힘들고 지방공항 활성화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노선 확충을 요구하지만 대형 항공사의 입김(?)에 국토부는 시늉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MB정부 이후 지방공항 신설은 중단됐으나 지난 대선때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결국 정치에 의한 선거를 위한 정치적 지방공항이 다시 탄생하게 됐다. 7조원이 소요되는 새 국제공항 입지는 부산 가덕도와 밀양으로 좁혀져 내년 6월 최종 결정된다. 이번 국회예산 심의에서 등장한 새만금·서산 공항도 다분히 정치적 배경을 깔고 있다.

우선 서산공항은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포함되지도 않은 유령(?)예산이다. 상임위원회 심의과정에서 끼워넣은 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위원인 새누리당 김제식(충남 서산·태안)의원이 살려냈다는 것. 예결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홍문표(충남 홍성)의원도 영향력도 작용했을 것이다. 정부 예산안에 빠진 사업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살아나는 한국형 ‘요지경’ 예산의 전형이다. 새만금 공항 예산도 정치적 배경설에서 자유롭지 않다. 8억원 용역비는 막판 예산안 조정때 국토부와 기재부의 합의로 수정예산이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예결소위 위원인 새정치연합 이상직(전주 완산을)의원이 전북 국제공항 유치를 내세워 관철시켰다는 것. 또한 전북지역 신문은 ‘수정예산안 부대의견에 전북 국제공항을 담아내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수정예산안 부대의견에는 ‘국토교통부는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대내외 항공환경, 수요 등을 감안해 전북지역 국제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적극 검토한다‘ 라고 명시돼 있다. 예산도 확보하고 향후 사업계획에도 방점을 찍게 만든 것이다.

청주공항의 입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2개 지방공항이 국회에서 부활되는 과정을 충북 출신 의원들은 알고 있을까? 도내에선 새누리당 박덕흠·경대수 의원과 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이 예결위에 참여했으나 마지막 계수조정소위에는 아무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대해 국회 관계자는 “예결위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집어 넣는데 집중하지 다른 지역 예산은 살펴보기 힘들다. 더구나 공항 타당성 조사용역비는 말그대로 조사단계이기 때문에 동료의원이 막기도 부담스럽다. 해당 지역에선 숙원사업인데 발짝도 못떼게 한다고 반발하지 않겠는가? 국토부와 기재부가 정치적 논리에 휩쓸린 것은 유감스럽지만 충북도는 역이용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지역여론을 수렴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산공항 예산확보에 따른 청주공항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지역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충북도는 지난 7일 입장을 발표했다. 청주공항을 중부권 거점공항이자 세종시 관문 공항으로 서둘러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우선 내년 2월 청주공항을 대형 항공기가 기상 악화로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지 못할 때 이용되는 교체공항으로 지정받을 계획이다. 미국·유럽 등과의 국제노선 개설을 위해 활주로 연장 사업도 앞당기기로 했다. 이 사업은 2744m인 청주공항 활주로 길이를 3200m로 늘리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사업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2020년 타당성 연구조사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 개항 후 첫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이용객이 크게 늘어 계획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2021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과 청주간 정기노선 개설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청주공항에 소형 항공기 계류장 5곳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국내·국제선 여객터미널 확장, 주차장 확보 등을 2018년까지 완료, 이용객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가까운 서산·군산에 지방공항이 추진되면서 청주공항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해당 지역 숙원사업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고 다른 공항이 건설되기 전에 청주공항 활성화 사업을 완료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게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MRO사업 성과 없으면 경제자유구역 지정 ‘물거품’ 우려
 

하지만 청주공항이 인천국제공항의 대체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초대형 항공기(A380)의 이착륙이 가능해야 한다. 현재 활주로 폭을 넓히는 공사와 함께 길이도 연장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오창지역 고층아파트 건설 사업승인으로 인해 활주로 서쪽 연장에 장애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청주공항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MRO사업도 경남 사천의 공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156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청주공항 인근 47만3713㎡ 부지에 2020년까지 MRO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한다. 1지구(15만3086㎡)는 격납고, 계류장 등이 입주하고 2지구(32만627㎡)는 산업시설과 연구시설이 들어선다.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청주시는 1일 스타항공우주, 우성진공, 이엔씨테크 등 3개 업체와 235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을 민자유치 파트너로 교섭하고 있지만 참여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 관계자는 “청주공항은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대한항공이 화물허브을 내세우다 발을 뺐고 일본 오사카 정기노선마저 후쿠시마 방사능을 핑계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취소했다. 청사는 대형 항공사가 공간을 미리 차지해 신규 항공사는 서비스 카운터도 마련하기 힘든 실정이다. 공항공사가 미리 대처하지 못해 아쉽다. 충북도는 민영화를 반대하면서 활주로 연장 등 정부 약속을 이행받지 못했다. KAI가 약속을 저버리고 본사를 사천으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본다. 우선적으로 충청권 연대를 위해 3개 광역단체와 실질적인 관문공항 활성화 협약을 체결해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 MRO사업도 내년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제자유구역 지정 취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언론플레이에 의존하지 말고 현실을 제대로 판단해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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