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계에 고려 바람이 불고 있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주말사극과 또 그 후속편이 고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 얼마 전 개봉된 고려 말기를 중심으로한 영화작품과 지금은 그 제작의도 마저 의심스럽지만 이 곳 청주에서도 ‘직지’를 소재로 한 영화 청공이 크랭크인되는 등 고려시대의 사료가 극빈한 상황에서도 영상과 음악 등 종합예술로 고려의 혼을 되살리려는 시도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소재로 한 직지오페라는 작년도에 이미 서울과 청주에서 성공리에 공연된 바 있다. 특히 이 오페라의 주인공 비구니 묘덕스님은 베일 속에 잠겨 있다가 필자의 발굴로 오폐라에 올려진 까닭에 본의 아니게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제 직지오페라는 부족한 부분을 수정을 하면 더욱 빛날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 개최되는 2002년 월드컵 축구 기념공연을 앞두고 일본에서 공연을 갖는 등 세계무대로 나서고 있다.
직지가 갖고 있는 내면적인 캐릭터, 즉 600여 년 동안 어둠의 빛에서 아침을 맞은 인동초(忍冬草)의 정신이 인류 보편화의 가치로 세계인의 가슴에 가다갈 것이다. 특히 내년 월드컵 기념 공연에는 직지와 더불어 이미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을 주제로 한 총체음악인 ‘고려의 아침’도 선보일 것이라 하니, 인쇄문화의 기저를 이룬 목판인쇄술과 금속인쇄술의 우수성은 물론 불교의 정신세계를 이어주는 이 두 작품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직지오페라는 직지가 우리에게 심어 준 자기수행, 갸륵한 정성, 욕망을 자제하는 보시, 숙연함, 기도, 가르침, 깨달음, 사랑 이외에도 더욱 중요한 과학기술 정신을 지닌 고려인의 잠재력을 심어 줄 것이다. 인류문명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장중한 음악의 서곡이 울리면서 정안군과 묘덕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고 수춘옹주와의 삼각관계로 고민하던 묘덕은 드디어 출가를 결심하여 이루지 못한 사랑의 불꽃을 금속활자인쇄로 ‘직지’를 찍어 부처님께 공양한다. 또한 실크로드를 타고 당시 대국으로 섬겼던 원나라 조정에 공물을 바치는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고려의 매혹적인 속요 등이 합창으로 이어진다.
직지오페라는 우리 민족 전통의 국악선율의 비장한 정서와 서양오케스트라가 약간 가미되어 정제된 가락으로 한바탕 어울린 맛을 더한다.
문화는 인류가 창조한 물질문명과 정신문화의 총화로 빚어내어 사회집단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는 전란과 인간성 상실, 지나친 이기주의에 지쳐있어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직지오페라의 감흥은 진정한 인간성 회복과 아상(我相)이 아닌 세계가 공존한다는 불교의 의미도 전해줄 것이다. 직지오페라 같은 예술작품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하는 사이버 시대에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2002년 세계인들에 선보일 직지심체라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형식으로 된 직지오페라를 통해 인류보편의 가치가 활연(豁然)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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