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칼질’ 하더라도 원칙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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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칼질’ 하더라도 원칙은 있어야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12.0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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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 반복되는 예산 논란···다수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큰 문제
▲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8일 도의회 앞에서 예산삭감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육성준 기자

올해도 충북도의회 예산삭감이 또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괴문서’ 파동(하단 박스기사 참고)으로 시끄럽더니 올해는 무원칙한 예산삭감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단체와 어린이집연합회, 시민사회단체들이 예산삭감에 항의하고 나섰다. 도의회 5개 상임위 중에서는 행정문화위원회와 교육위원회가 집중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8일 도의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문제가 됐던 NGO 관련 사업과 도지사, 교육감 역점사업 예산이 삭감됐다. 지방의원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익적 범위에서 활동해야 하나 10대 도의회는 예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도의원 권한은 개인적 권력이 아님에도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 “도 보조금 수천만원을 횡령해 사무처장이 구속된 충북예총은 예산이 그대로 반영되고 충북민예총은 대부분 삭감됐다. 시민운동 중간조직인 충북NGO센터는 사업예산 6000만원 전액이 잘려 나갔고,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도 반 토막이 났다. 도교육청은 혁신학교 예산 대부분이 잘렸고 유치원 누리과정과 공공도서관 자료확충비 등 54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삭감됐다. 관계기관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게 도의회 목적이냐”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폐지됐던 재량사업비를 부활시키기 위해 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예산삭감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사실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면서 상임위별 예산안 심의과정과 삭감 이유를 투명하게 밝히고 원상복구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예결위를 항의방문했다.
 

하루 전인 7일에는 충북민예총이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를 방문하고 따졌다. 민예총은 13개 사업 중 9개, 70%에 해당되는 사업 예산이 잘려 나가자 ‘단체죽이기’라며 흥분했다. 충북민예총은 “현재 삭감 확인된 사업들은 문학, 미술, 연극, 음악, 전통음악, 영화, 서예 등 충북민예총의 장르별 대표사업들이다”며 “지난 20여년동안 지속돼 오던 것이고 민선5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다”며 예산삭감이 현실이 된다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실제 충북민예총은 해마다 하는 충북의 문학 충북의 작가 문학제, 민족미술아트페스티벌전, 순회음악회, 민족극한마당 등의 예산 약 1억원을 삭감당했다.

 

이 지사, 김 교육감 역점사업 삭감
 

충북도는 영동∼청주∼충주∼단양을 운행하는 충북 종단열차 지원예산 16억원,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16억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불만이 고조됐다. 종단열차 지원 예산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는 충주시의 세계무술대회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깎였다.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공동개최지인 청주시는 19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해 졸지에 홀로 행사를 치를 처지에 놓였다.
 

그리고 도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297억원을 포함, 무려 42개 사업 542억7천만원이 삭감됐다. 교육위원회는 이를 재원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 부분적이나마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함께 운영하라고 요구했으나 김 교육감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도의회 예결위는 이번주 내내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심사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도의회 4개 상임위는 지난 4일 4조247억원 규모의 충북도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해 무려 279억9천여만원을 삭감했다. 그러자 칼자루 쥔 도의회의 횡포라며 여기저기서 비난을 퍼부었다. 상임위에서 올린 예산은 예결위 심사와 계수조정을 거쳐 도 예산은 9일, 도교육청 예산은 11일 결정된다.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예결위에서 살아나는 경우도 있으나 지난해부터 매번 이런 식으로 예산심사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다.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 도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 삭감해야 하나 정치적 목적 또는 다른 배경에 의해 칼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삭감된 예산이 충북도나 도교육청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사업들이라 배경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깎은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많다. 5개 상임위 모두 새누리당 의원 4명, 새정치연합 의원 2명으로 구성돼 있어 새누리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의원들 말이다. 위원장과 부위원장도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이다.
 

또 상임위에서 올린 예산을 다시 심의하는 예결위는 새누리당 위원장·부위원장에 새누리당 9명, 새정치연합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도 예산은 새누리당 마음에 달려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에서 아무리 뭐라해도 머릿수에서 밀리기 때문에 의견반영은 어렵다는 것.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런 식이면 도의회는 다수당만 필요하다. 소수당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결정돼야 할 사안들이 모두 다수당 마음대로 이뤄지고 있다. 이건 다수당 횡포다”고 분개했다.
 

작년 예산 ‘괴문서’ 진상조사 여론 묵살하더니···
충북민예총 예산은 올해도 사정없이 ‘삭감’

 

제10대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이 해마다 시끄럽다. 지난해에는 임헌경 새정치연합 의원(청주7)이 예결위에서 “특정사업비를 무조건 삭감하라는 내용의 괴문서가 발견됐다. 여기에는 특정단체가 추진할 예술문화사업 등이 적혀있는데 이게 계수조정 과정에서 삭감되면 예결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해 난리가 한바탕 났다.
 

이 문서에는 충북순회음악회, 충북문화예술아카데미, 서예학술발표회 등 충북민예총을 통해 추진할 사업과 NGO리더 양성교육비, 세계무예마스터십 준비비 등 7∼8개 사업의 목록이 기록돼 있었다. 결국 다음 날 열린 회의에서 충북민예총 사업 예산은 살아났고, 세계무예마스터십 준비비는 추경 때 반영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당시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언구 의장은 이를 조사하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한 임 의원도 “이 문서를 우연히 발견해 문제를 삼았다. 그런데 예산이 잘 통과돼 경각심을 주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정당이 개입했거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단체로 특정단체 예산을 삭감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며 지나갔다. 결국 도의회는 진상조사를 하고 발표해야 도민들의 궁금증이 풀릴 것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을 묵살하고 말았다.


도의회 5개 상임위 모두 새누리당 4, 새정치연합 2명
예결위 총 13명 중 새누리당 9, 새정치연합 4명
그렇다고 도 예산 다수당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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