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김현이 청주노동인권센터 사무차장

▲ 김현이 청주노동인권센터 사무차장

무료하게 집에서 뒹굴거리는 주말, 카톡이 울린다. 확인하니 친구 커플이 어딘가 놀러다녀온 사진이 올라와 있다. 날은 화창하고 둘은 행복해 보인다.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뭔가 초라하다.

남자친구와 연애 4년차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다 보니 거의 매일 만난다. 하지만 데이트 코스는 늘 비슷하다. 밥 먹고, 커피숍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헤어진다. 초창기에는 영화도 종종 보았는데 요즘은 그것도 잘 안 한다. 데이트는 뭔가 특별한 활동을 해야 할 것만 같은데 그렇지 못하다.

이런 만남의 연속이 자연스럽다가도 친구들이 즐겁게 놀러다녀온 모습을 보면 내 삶이, 내 연애가 초라해지는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남자친구를 타박하고 만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그렇게 몇 차례 졸랐더니 남자친구는 내가 속상해하는 게 미안했는지 주말 여행계획을 짜왔다. 괴산 저수지에 있는 은행나무길을 가자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온 몸이 피곤해졌다.

“자기야. 올해는 가뭄 때문에 저수지 물도 없고 별로 안 예쁘대. 그냥 오늘은 쉴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행을 갈 자신이 없어 가지 않을 핑계를 만들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그렇게 조르던 여행인데…. 부지런히 여행 다니는 사람을 보면 멋있고 열정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막상 내가 놀러 가려고 마음을 먹으면 가기가 싫다. 실제로 여행을 다녀와도 감흥이 별로 없고 오히려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쓰러져버린다.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작은 소품도 만들고, 글을 끄적이기도 한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은 늘 가득하지만 막상 가게 되면 피곤하고 시간과 돈이 아까울 때가 많다.

요즘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SNS를 종종 본다. 거기에는 온통 놀러다녀온 이야기, 맛 집에 다녀온 이야기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모습이 가득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부러워지다가 내 재미없고 무료한 삶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나도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먹고, 사진 찍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내 삶도 초라하지 않다고 꽤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문득 이해가 됐다. 모든 사람들이 늘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그런 삶을 살지만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보는 SNS에는 화려한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모습들과 내 삶을 비교하다보면 소중한 나의 삶이 일순간 초라하게 변해버린다. SNS를 끊을 수는 없으니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일에 더 열심을 내야겠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많이 찾으면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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