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합, 도시가스측 시설분담금 면제·사업비 절감 제안에 OK!
분양후 입주예정자, 난방비 내세워 지역난방 전환요구 민원 우려

청주지역 신규 아파트 단지의 난방 선택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난방과 도시가스의 경쟁 속에 사실상 주택조합측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난방 대신 도시가스를 선택한 신규 아파트의 경우 분양후 입주예정자들의 집단민원도 예상되고 있다. 공기업 한국지역난방공사 청주지사와 사기업 충청에너지서비스간에 벌어지는 난방전쟁의 실태를 알아본다.

청주 방서지구에는 GS자이 아파트(1500가구) 와 중흥S-클래스(1595가구)가 12월부터 분양을 시작한다. 지난 6월 청주 호미지구 우미린아파트의 1290가구에 이은 대규모 신규 단지지만 동남지구와 인접한 지리적 잇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두 아파트 단지는 동남지구와 달리 난방방식을 지역난방이 아닌 도시가스로 결정했다. 주택소비자들이 난방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난방을 선호하는 경향에 비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뒷담화가 번지게 된 것.

지역난방은 연료를 태워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열과 온수를 관을 통해 아파트 단지 등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도시가스 개발난방 방식에 비해 난방비가 싸기 때문에 아파트 입주자들이 주목하는 조건 중 하나다. 하지만 지역난방은 도시가스 개별난방보다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는 시설분담금이 많다. 방서지구의 경우 도시가스 개별난방 시설분담금은 25억~30억원 수준이지만 지역난방은 5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결국 공사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개발사업자인 주택조합이나 시공사나 쉽지않은 선택이다. 주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양가 인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지역 도시가스사업자인 충청에너지서비스는 시설분담금을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 방서도기개발조합 관계자는 “올봄에 시공사와 협의해 결정했다. 도시가스는 분담금이 없는데 지역난방은 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공사측에 따르면 “지역난방을 채택하면 취사용 도시가스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도시가스 사업자의 압박(?)도 작용했다는 것.

실제로 2005년 청주 비하동 계룡레시빌 1차 아파트의 경우 지역난방 방식을 채택하자 도시가스 사업자가 취사용 공급을 거부해 별도로 LPG탱크를 묻어 자체 공급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가스시설이다보니 위탁관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전혀없고 사용료도 오히려 싸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와 도시가스 사업자간의 영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부는 도시가스사업법에 일방적인 취사용 가스공급 거부를 막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공급세대의 밀집도 등을 감안해 적정 수요에 못미칠 경우 공급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대해 지역난방공사측은 “이런저런 예외조항을 내세워 취사용 가스공급 중단을 아직도 압력수단으로 삼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난방은 배관설비가 더 어려워 지형적 장애도 발생한다. 호미지구 우리린 아파트의 경우 2년전 지역난방 공급 제안을 받았지만 불가 통보했다는 것. 경사도가 심해 배관내 열원이 남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밖에 열원 공급능력에 한계가 있어 일정 수요이상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주시 죽림동 지역난방공사와 가장 인접한 위치의 가마지구(힐데스하임 아파트)가 이같은 이유로 도시가스 난방을 채택했다. 청주지역난방공사측은 “가마지구 협의요청이 들어올 당시에는 공급여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기후온난화와 건축 단열기능 향상으로 가구별 난방소비가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에 열공급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방서지구는 가능했는데 막판에 입장을 바꿔 아쉬웠다”고 말했다.

올들어 청주지역 분양 아파트 실태를 보면 호미지구, 가마지구, 방서지구 모두 도시가스를 선택했다. 동남지구만 지역난방을 채택했다. 동남지구는 개발면적이 넓기 때문에 집단에너지사업법상 지역난방 공급 지역지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조합이 추진하는 소규모 아파트 단지는 투자비 절감을 위해 도시가스의 유혹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아파트 시공업체 관계자는 “회사 브랜드를 내세워 분양하는데 가능하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난방을 선택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공사만 하는 을의 입장이고 주택조합이 갑이다. 공기업과 사기업간에 영업경쟁이 벌어지면 누가 유리하겠는가? 더구나 도시가스측에서 공사분담금을 아예 받지 않겠다고 하면 지역난방이 경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에너지서비스측은 “일정 규모 이상이면 도시가스 시설분담금을 면제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주택사업자 입장에선 사업비도 절감하고 분양가도 낮출 수 있는 이중효과가 있기 때문에 도시가스를 채택하는 것 아니겠는가”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 이후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제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분양계약자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시공단계부터 사업주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난방비는 고정비용이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계약자들이 이의를 제기한 가능성이 높다. 분양 계약자와 시공사 또는 주택조합간의 2차 분쟁이 예견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주택건설업체가 사업주체일 경우 분양율을 높이기 위해 지역난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주택조합을 통한 도시개발사업이 확대되면서 난방선택의 기준의 소비자 위주가 아닌 사업자 위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수세였던 도시가스, 호미·가마·방서지구 잇딴 계약

한국지역난방공사 청주지사는 현재 강서, 성화, 산남, 개신, 하복대, 분평, 용암, 대농지구 등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7만3천여 세대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충청에너지서비스는 개별 공동주택, 단독주택과 상가 등에 광범위하게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역난방에 밀리는 형국이었으나 호미, 율량2지구 공급권을 따냈고 가마, 방서지구까지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난방의 경우 온수를 통한 열전달 방식이기 때문에 배관이 길수록 열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청주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청주 북부지역(율량 사천동)은 진출하지 않고 있다.

양측은 소비자들이 민감해하는 연료비 절감 효과를 서로 내세우고 있다. 유관기관을 통해 각자 유리한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지역난방이 등장한 지 20년이 됐고 신규 아파트의 선호도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연료비의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난방의 장점은 온수가 곧바로 나온다는 점이다. 개별난방처럼 데워지는 동안 낭비되는 물이 없다.

또한 개별난방은 별도 보일러를 설치할 공간이 필요하고 소음도 발생한다. 하지만 지역난방은 배관이외에 설치물이 없다. 반면 난방열의 최대치에 한계가 있어 고령자나 출산가정의 산모가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온돌 주거문화를 감안하면 미지근한 난방이 답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시간 난방을 끄고 재가동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한편 도시가스측에서는 콘덴싱보일러의 개발로 지역난방과 연료비 차이를 많이 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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