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학습권 선택 조례 제정…진짜 ‘자율학습’ 시행되나
학생도 교육공동체권리헌장 제정위원, 학생자치 활동‘활발’

학교 내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 최근 충북교육포럼에서는 학교민주주의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경기도에서 온 교사는 경기도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민주주의 평가 지표를 발표했다. 충북에는 아직까지 학교 내 민주주의를 수치화한 데이터는 없다. 이제야 의제로 등장하고 있으며 학교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고된다.

▲ 육공동체 권리헌장 제정을 앞두고 학생제정위원들은 현장의 사례 및 지난 1차 공청회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457명의 의견을 담아 초안 내용을 구성했다.

지난 28일 충북도교육청에서는 교육공동체 권리헌장 관련해 학생 토론회가 열렸다. 15명의 학생 제정위원들이 5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의 초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학생 제정위원들은 현장의 사례 및 지난 1차 공청회의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457명의 의견을 담아 초안 내용을 구성했다.

장주연 충주예성여고 학생은 “타시도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의 신장을 위한 시작점이나, 지금의 학교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에서 멈춰 버렸다. 우리도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을 만드는 것보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이날 발표 된 교육공동체 권리헌장 초안을 바탕으로 ‘충청북도교육청 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을 내년 5월 교육주간에 선포할 예정이다.

사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을 놓고 ‘조례’가 아닌 ‘헌장’으로 머무는 것에 대해 과거 학생인권조례제정 운동을 했던 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다시는 임기 내에 인권 관련해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우선은 헌장제정으로 의미를 담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야간 타율학습’이제 멈출까
 

사실 학생인권조례의 핵심 내용은 크게 3가지다. 학교 폭력 및 체벌 반대, 학생 자치권 보장(교복 자율화, 학교 운영위원회 구성),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이다.

그 가운데 비교적 조명을 덜 받았던 주제인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가 최근 충북에서 제정돼 눈길을 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충청북도 학생의 정규교육과정외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 했다.

25일 344회 충북도의회 정례회 2차 교육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됐고, 1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공포 즉시 시행된다.

‘충청북도 학생의 정규교육과정외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는 학생의 정규교육과정외학습 선택권 보장을 교육감·학교장의 책무로 했다. 또 학생이 정규교육과정외학습에 대한 자율적 선택으로 인해 어떠한 유·무형의 불이익 또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며, 학생의 정규교육과정외 학습 선택권 제한사항에 관한 학생·학부모의 청원 권리 보장 등을 주요내용으로 명시했다.

이광희 의원은 “4년 전 도내 고등학교 한 남학생이 야간 자율학습을 자율적으로 하게 해달라고 도의회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학생이 도의회 게시판에 글을 남긴 건 처음이었다. 그 때부터 관심을 갖고 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반대의견에 계속 부딪혔다. 자칫 하면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사교육 종사자에게 대한 편견, 학교에서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생각도 좀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의 자율학습은 말 그대로‘자율’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일선학교들은 자율학습을 정말 ‘자율적’으로 실시한다고 교육청에 보고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타율’적으로 진행될 때가 많다는 것. 도내 모 고등학교 남학생은 “자율학습이지만 솔직히 신청을 안 할 수가 없다. 부모님에게 용지를 받아와야 하고, 신청안하면 압박하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학교에서 10시, 11시까지 잡아두는 상황에 학원은 밤 10시 이후에는 수업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자율학습을 하더라도 학생들이 학교 내 어느 공간에 할지를 선택해야 하고, 휴식권도 보장해야 한다. 자율학습 시간이 교실에서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교과과정에서는 들을 수 없는 질 높은 수업 강좌를 개설하는 등 학교는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들은 학교에서 아이를 잡아둬야 한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이 같은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청주시내 한 학원 원장은 “충북의 경우 학교에서 아이들을 잡아두는 경향이 많다. 학교에서 시간을 다 보내면 집에서 무슨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겠는가. 체험활동도 못하고, 진로를 찾는 데도 무리수가 있다. 이미 고등학교 입시가 다변화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조례 통과에 대해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조례가 실제 각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의원은 “학교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학교가 권위주의와 학생들 성적별 줄세우기로 운영됐던 것에서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강하게 통제하는 시스템 대신에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 대안이 학교 안의 민주주의 실현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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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괜찮아…학생자치, 이렇게 성숙했나?
도내 첫‘학생자치’대회 열려…충북교육발전소 주최로 도내 8개교 학생들 참가

지난달 28일 충북도교육청에서는 충북교육발전소 주최로 ‘학생자치’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여학교는 각리중, 수곡중, 미원중, 세광고, 청원고, 충북여고, 보은자영고, 대성고 8개교다.

▲ 수곡중 학생자치 활동 발표 모습.

수곡중은 학생자치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학기초 간부수련회를 학생회가 주도하고 있다. 그린에너지 동아리 운영도 하고 있고 급식질서 지도도 학생회가 한다. 대성고는 학생자치법정을 테마로 발표했는데 인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자치법정을 고민한 흔적이 돋보였다. 친구변호인제도나 책임변호사 제도 등을 운영하는 센스도 보여줬다.

미원중은 전교생이 모두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션을 도입했고 간부캠프를 수련원으로 가지 않고 학교에서 1박 2일 야영을 했다.

각리중은 등교길 행사라든가 네팔돕기부스를 운영했고, 각리 올림픽을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시험기간중 공부할 곳을 찾는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독서실로 개방해 학생회가 관리했다.

청원고는 실패사례를 발표하는 독창성이 돋보였다. 세광고 학생회는 생활복 문제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심사를 맡았던 김재훈 충북교육발전소 교육위원장은 “충북의 학생자치가 이 정도로 성숙했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자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주최측은 시상자에 대해 순위를 따로 정하지 않고 8개 학교에 각 20만원씩 장학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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