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화 대신 동판 이용 차폐시설 제안, 입주예정기업 반응 ‘시큰둥’
부지 변경 계약 ‘지지부진’…무산 시 SK하이닉스 투자계획도 차질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 예정기업들이 청주시의 태도 변화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투자유치를 위해 청주테크노폴리스 부지 내, 기 계약부지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청주시가 이전을 조율할 당시 제시했던 약속인 송전탑 지중화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부지를 계약하고 투자협약을 체결, 이행하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가 필수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 원 계약부지(A)는 송전탑(빨간 실선)이 지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전부지(B) 내 송전탑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발등의 불’ 관리권 일원화 수용

최근 청주시는 입주업체들이 요구해 온 관리권 일원화에 대해 전격적으로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승훈 청주시장이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예정기업의 대표이자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인 정붕익 대표에게 이 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를 확정지은 기업은 모두 14개, 그 가운데 9곳이 청주산단 입주 기업들로 관리 이원화에 따른 문제가 제기돼왔다.

그동안 청주시는 입주업체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청주시통합산단관리공단을 설립해 관리를 맡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이 시장이 내부 협의를 통해 기존 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정 이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권에 관해서는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던 청주시가 갑작스레 선회한 데는 청주시의 다급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로부터 정상적인 투자유치를 받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이전 부지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산자부에 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관리기본계획에는 애초 계약한 부지에 대해 계획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관리권은 청주시가 부지를 변경해야 할 12개 업체(SK하이닉스·LG생활건강을 제외한 나머지) 가운데 7개 업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이다. 청주시는 관리권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또 하나의 요구사항인 송전탑 지중화 문제를 정 이사장 등이 나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송전탑 지중화는 청주시가 부지 이전을 요청하면서 협의과정에서 약속한 사항이다. 15만4000볼트의 고압선이 공장 위로 지나갈 경우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은 물론 반도체 등 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체 유해성과 관련해 논란이 분분하지만 좋을 게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청주시가 이미 약속한 부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중화에 소요되는 비용은 200억원으로 전액 원인자인 (주)청주테크노폴리스나 청주시가 부담해야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부지 변경에 따른 지원비용 발생으로 조성원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청주테크노폴리스에 지중화까지 부담하라고 요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중화사업은 중장기로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요 예측 실패, 졸속 행정 비판

청주시는 대신 차폐시설을 제안할 계획이다. 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물까지 들어오지 못하도록 건물 외벽에 동판을 덧대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주예정기업들은 청주시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협의 과정에서 이행 약속을 명문화해달라는 요구를 청주시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 업체 대표는 “기존 부지가 청주시가 제시한 부지보다 부동산 가치도 훨씬 높다. 청주시가 부지 변경에 따라 엄청난 지원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제시한 지원보다 현재 계약된 부지를 원래대로 사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상황이라면 내 권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입주예정기업들에게 부지를 변경하는 대신 계약금의 10%, 중도금의 5%를 물어주기로 했다. SK하이닉스와 오랫동안 물밑작업을 해왔다는 청주시가 투자유치에 따른 부지 확보조차 고려하지 못해,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 것이다.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12개 기업 모두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SK하이닉스 투자유치 또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청주시와 입주예정기업 간 협상이 관심을 모은다.

한편 한국전력 충북본부는 해당 구간 송전탑 지중화공사에 따른 비용은 200억원 가량이지만 청주시가 지중화에 따른 도로점용 사용료를 영구 면제해 줄 경우 지중화 비용을 절반씩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돈 없다며? 포기 않는 ‘통합산단관리공단’

청사건립비만 207억원…반쪽짜리 전락, 명분도 잃어

 

비용부담을 이유로 송전탑 지중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청주시가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청주시통합산단관리공단(이하 통합관리공단) 설립은 원안대로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승훈 시장이 관리권 이원화 문제가 지적된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예정기업에 대해 청주산단관리공단 일원화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통합관리공단을 설립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청주시가 설립을 준비 중인 통합관리공단은 청사 건립비만 207억원에 이른다. 또한 인건비 등 원년 운영비는 110억원에 이를 것으로 해당부서는 추산했다. 본보는 수차례에 걸쳐 통합관리공단 무용론을 제기했다. 전국 어느 곳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의 관리공단이 없다는 점과 전국 대다수의 관리공단이 적자 운영으로 지자체가 해마다 운영비를 대신 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예정기업 관리 일원화는 사실상 관리권이 청주산단관리공단이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청주시는 통합관리공단 추진에 대해 아직 허가절차도 마무리하지 않은 추진부지까지 포함한 10개 산단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통합관리공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옥산산단과 청주테크노폴리스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관리가 무색할 정도의 소규모 공단이다.

어떤 산단은 1개 업체의 물류창고로 쓰이고 있는 수준이고, 몇개 산단은 조성조차 불확실하다. 그나마 양대 축 중 하나인 청주테크노폴리스 관리권도 청주산단관리공단이 가져가면 대규모 관리공단 설립의 필요성은 더욱 작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청주시는 같은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인천과 화성, 부산 등은 산업단지 관리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 관리공단이 제대로 운영돼야 산업단지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과 부산 등은 청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도 크고 산업단지 수도 많다. 하지만 어떤 지자체도 그런 이유로 통합관리공단 설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의 특성상 지근거리가 아니면 관리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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