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대성동 청주향교의 주차장 한켠에는 5개의 존성비가 세워져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존성비(尊聖碑)란 최고의 존경심으로 높은 뜻을 기리는 의미있는 비석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2개의 비가 일제때 세워진 것이며 당시의 충북지사 김동훈과 청주군수 이해용의 존성비라는 점이다. 두 사람의 존성비는 ?년에 동시에 건립됐고 특히 이해용은 매국노 이완용과 6촌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출신인 김동훈은 일제의 관립 일어학교를 나와 도지사, 조선총독부 학무국장까지 지낸 대표적인 친일관료이다. 오늘날 교육부라고 하는 학부의 말단관리도 들어가 9년만에 강원도 홍천군수가 된 김동훈은 조선을 병합한 후에는 공이 많은 자에게 일제가 주는 병합기념장을 받기도 했다.

<충청리뷰>는 지난 95년 8월호에 친일관료의 존성비 보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청주향교는 주차장 신설등 주변공사를 하면서도 두 사람의 존성비를 그대로 세워두고 있다.

청주향교측은 “일제 관리라는 점은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해용 군수가 이완용과 같은 집안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일이다. 존성비는 그동안 청주향교의 증개축에 큰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로 건립한 것이다.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철거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산 하나 건너 3 1공원의 친일파 정춘수 동상은 광복 51주년을 맞은 지난 96년 시민들의 손에 의해 끌려 내려왔다. 지역에서 유일한 친일관료의 존성비가 과연 광복 60주년을 맞는 내년에도 그 자리에 서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국장은 “최근 마산시의회가 친일행적이 문제가 된 음악가 조두남의 이름을 딴 조두남기념관의 명칭을 마산음악관으로 바꾸기로 했다. 5년간 지역의 논쟁거리가 되다가 결국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수동적인 친일과 일신의 영달을 위한 적극적 친일은 구분되야 한다. 일제 식민통치의 선봉에 섰던 사람들의 존성비가 지역의 정신적 텃밭인 향교안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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