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남동 주민들, 2013년 구룡산 일대 전원주택 개발에 맞서 싸워
청주시,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절반만 개발-반은 공원화’중재안 도출

갈등사회, 해법을 찾아서
충북에서 벌어지는 갈등 돌아보기
갈등조정단 역할은 무엇인가
빅데이터로 본 ‘청주시 CI’논란①
빅데이터로 본 ‘청주시 CI’논란②
갈등해결 위한 대안 찾기

 

청주시 산남동은 보전과 개발이라는 명제가 끝없이 충돌하는 곳이다. 어쩌면 충돌한다는 것은 개발에 맞서 싸우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동네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이미 개발결정이 날지 몰라도 적어도 산남동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11월 24일 산남동 주민들은 다시 한번 뭉쳤다. 구룡산 생태계 보전과 친환경 전원주택단지협의회를 구축했다.

▲ 구룡산 일대 전원주택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2012년 말 지역 주민들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였다.

시간은 거슬러 2012년 말로 간다. 청주지방법원 뒤 산22-132번지 구룡산 일원에 전원주택단지 20여 채가 들어선다는 계획이 발표된다. 일단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수정보완을 요구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개발 반대 운동이 전개된다.

산남동 아파트 협의회를 중심으로 구룡산 살리기 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그 해 겨울 2300여명의 서명을 반대 서명을 받고, ‘구룡산 땅 한평 사기’운동도 전개한다. 구룡산 땅 한평 사기 운동으로 성금 2000여만원을 모금한다.

 

개발 반대 서명운동 전개

 

당시 한범덕 청주시장은 지역주민 민원을 이유로 개발행위에 대한 불허조치를 내렸다. 청주시에서는 2013년 초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한다. 지역주민,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 개발업자 등이 모여 이 문제를 놓고 1년여 동안 논의한다. 그 결과 당초 4000평에 20여 채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은 2000평은 개발업자가 전원주택을 짓고, 2000평은 시가 공공성을 가지고 매입해 생태공원을 만드는 중재안이 나오게 된다.

현재 청주시 도시계획과에서는 사유지 2000평에 대한 토지보상을 끝낸 상태다. 올해 초까지 20억원을 들여 보상했다. 토지 보상의 전제조건은 생태공원을 조성할 때 국비확보를 해오라는 것이었다. 환경부에 생태계 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을 신청해 국비 5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개발을 할 때 면적당 일부 금액을 환경부담금으로 내게 되는 데 환경부는 이 돈을 모았다가 전국공모를 진행해 좋은 사례에 지원하고 있다.

현재 시공 전문업체인 한국도시녹화에서는 구룡산을 두꺼비, 개구리, 양서류 서식처로 복원하기 위해 연못과 습지를 만들고 있다. 12월 중순에 이 공사도 마치게 된다.

개발업자는 전원주택 개발 착공계를 내고 당초 조정안으로 나온 9채에서 실제 5채만 짓기로 했다. 그 가운데 가장 면적이 적은 한 채는 시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박완희 (사)두꺼비친구들 사무국장은 “자연녹지의 경우 법적개발이 가능하다. 지역주민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개발을 일부 저지할 수 있었다.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통해 싸워온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 도시 숲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구룡산 개발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구축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 청주시 갈등조정협의회에서 낸 중재안은 당초 개발 부지에서 절반만 개발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절반의 땅은 시가 토지 수용해 생태공원으로 구축하고 있다. 사진 초기(위), 현재 모습(아래)

구룡산 개발, 방어선은 지켰다

 

구룡산 일대 자연녹지 개발의 방어선은 지켰지만 앞으로 개발에 있어 지금과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구룡산은 등허리인 산줄기는 근린공원으로 돼 있고, 산자락 일부는 자연녹지로 돼 있어 민간 토지주 개발이 가능하다. 일단 구룡산 동쪽 끝자락에 CJB미디어 센터가 들어섰고, 그 아래쪽 일대의 자연녹지는 다 깎여나가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이번에 갈등조정을 하면서 다른 지역도 사전협의를 통해 개발을 하라고 정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어느 정도 지켜질지는 알 수가 없다. 적어도 산쪽에 가까운 부지는 개발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습지를 남겨두는 등 자역녹지 보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갈등조정협의회는 사실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구룡산 개발을 두고 갈등조정협의가 이례적으로 만들어졌을 뿐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역시 지역주민들이 움직였고, 시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 타협안을 받게 된 셈이다.

박 사무국장은 “법‧제도적으로 구속력을 갖추지 못하면 한계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녹색협의회와 같은 거너번스 기구가 지자체와 주민사이 벌어질 수 있는 갈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서로 상생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사례가 있어야 인식전환도 되고 더 나아가 제도화도 이뤄질 수 있다. 지자체의 정책기조나 마인드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생태환경적인 측면에서 도시의 난개발을 다시 바라봐야 할 때다. 이어 그는 “도시 개발에 있어 종합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2006년 청주시는 생물다양성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통합 청주시는 다시 한번 생물 다양성 조사를 할 필요성이 있다. 생태적 가치를 판단해 절대적으로 보존을 해야 할 곳과 이용 가능한 지역을 나눠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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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일몰제 적용…근린공원도 개발 가능해진다?

도심 난개발 우려되지만 아직 공감대 형성 안 돼

 

도시는 끊임없이 개발을 꿈꾸고, 자연녹지를 비롯한 환경은 훼손된다. 그렇게 숲을 밀어 아파트가 세워지고, 기존의 아파트는 공동화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안타깝게도 법 제도 또한 개발이 편리하도록 도울 뿐 제약하는 규정은 많지 않다. 당장 2020년 7월 1일이면 근린공원에 대한 일몰제가 적용돼 개발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5년도 채 남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는 근린공원으로 지정되면 개발 행위가 제약을 받았지만 이제 개발이 허용되면 난개발이 곳곳에서 이뤄지게 된다.

이번에 산남동 주민들로 구성된 구룡산생태계 보전과 친환경 전원주택단지협의회에는 구룡산 개발 문제 외에도 근린공원 지정 해제 이후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구룡산생태계 보전과 친환경 전원주택단지협의회 관계자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지역사회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사업 주체는 이익을 남기는 방식을 택할 것이고, 개발이 묶여 있던 토지주들은 개발을 허용할 것이다. 환경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문제제기 하지 않으면 개발은 알지 못하는 사이 진행될 텐데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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