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인정할 때 나도 인정 받게된다

한나라당이 행정수도와 로맨스에 빠졌다.
사실상 행정수도이전을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규모를 적게 하여 행정을 전문으로 하는 도시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정부청사가 있는 과천규모의 도시를 예로 들고 나왔다. 국민의 여론에서 뭇매를 피해보자는 계산으로서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어찌 보면 한나라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수도이전 사업을 노무현정부에 도둑맞고 심통을 부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행정수도이전은 박정희 대통령의 백지계획을 국회와 국민의 검증을 거쳐 노무현정부에서 그대로 채택한 것뿐이다.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계속 반대한다면 박근혜 대표의 부친을 욕되게 하는 일이며 한나라당을 이끌고 갈 박대표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게되어 행정수도이전을 추진했다면 박정희 대통령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선구 안에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행정수도이전은 언제인가 실행했어야 하는 일로서 수도권의 지나친 과밀현상과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서민경제에 위하감을 조성하는가 하면 교통지옥 등의 이유로 수도권시민의 삶의 질이 최악의 상황에 처하였으므로 그 시기가 적절한 때에 수도이전의 과제가 나온 것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행정수도이전은 오히려 서울시민들에게는 쾌적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줄 좋은 기회이며 인구분산으로 콩나물시루와 같은 지하철고문에서 벗어날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왕에 시작한 로맨스라면 박정희 대통령의 수도이전 계획을 그대로 수용해준 노무현정부에게 찬사를 보내며 오히려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박근혜 대표의 인기관리를 하는 것이 이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나라당에서 제시한 충남에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이전시켜 첨단산업수도를 만들고, 충북엔 교육부와 서울대학을 이전시켜 교육수도를 만들며, 부산에 해양수산부 이전을 통한 해양수도, 광주엔 문화관광부 이전을 통한 문화수도 등을 건설하자는 내용은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하는 전문기업도시를 통한 클러스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말하는 행정기관의 분산은 많은 문제점이 뒤따른다.
만약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여 해양수도를 만들었다고 하면 해양수산부를 이용하는 인천이나 목포, 속초 등의 항구도시는 불만이 고조될 것이다.
인천의 경우 충청권에서 보아야할 볼일을 부산까지 먼 거리를 이용해야하는 불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대하나를 옮겨서 교육도시가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라면 정말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나라를 이끌고 갈 중요한 기관들을 공중 분해시키는 것은 컴퓨터의 주요부품을 분해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수술대 옆에 있어야할 수술도구들이 수술실 구석구석으로 흩어져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어차피 국회에서 통과시킨 행정수도이전을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은 그 모양새가 좋아보이 질 않는다. 충청권행정도시와 행정수도이전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청와대를 붙잡아두는 것이 그리도 중요한 일이란 말인가.

분명한 것은 행정기관의 이전이지 서울시민과 함께 통째로 옮겨가는 옛날방식의 수도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의 시민들은 서울을 사랑하는 정치인들과 교통소통이 원할 해지는 서울에서 그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군사독재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군사정부에서 만들어놓은 "행정수도이전사업"을 수용하는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이 과연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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