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평동 C온천 화목보일러 사용…호흡기 질환, 주민들 고통 호소
높이 쌓아놓은 나무더미, 안전장치 없지만 “법적 문제없어” 방치

분평동 C온천이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면서부터 호흡기 질환이 생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민들은 화목보일러 사용으로 공기가 오염되고, 재가 날려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쌓아놓은 나무더미로 인해 벌레가 생겨나고 우범지대로 전락했다고도 주장했다.

분평동 C온천과 주민들간 갈등의 골은 깊다. 2004년 청주 최초의 온천으로 화제를 모으며 문을 연 C온천은 큰 인기를 누렸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청주지역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목욕시설로 꼽힌다. 반면 이웃들과는 10년 내내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다.

C온천과 이웃인 주민들의 역사는 진정과 민원의 역사다. 건축 당시에는 소음과 먼지, 개장 후에는 소음과 불빛, 주차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며 단체 서명을 받아 진정서를 제출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 분평동 소재 C온천의 화목보일러 사용과 관련해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호흡기 질환은 물론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C온천 대표 “법대로 해라”

최근에도 갈등이 폭발했다. C온천 뒷편 빌라에 사는 김 모씨가 이웃 120명의 서명을 받아 C온천을 성토하고 있다. 이번에는 화목보일러가 문제다. C온천은 4년 전 연료비 절감을 위해 화목보일러를 설치했다. 주민들은 이 화목보일러로 인해 주거환경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1년 7개월 전 임대수익을 올릴 요량으로 빌라(8세대)를 구입해 이사를 왔다는 김 씨는 화목보일러에서 날리는 재 때문에 이사 온 후 지금껏 한 번도 옥상에 빨래를 널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예 포장을 씌웠다. 그는 “옥상이 새까맣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벌써 다섯 집이나 살 수 없다고 나갔다 .통나무 감옥소 같단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이 모씨는 취재진에게 아이의 얼굴과 목을 보여줬다. 얼굴 곳곳이 모기에 물려 상처가 생겼다. 취재진이 이 씨를 만난 날은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절기상 소설(小雪·11월 23일)이었다.

모기는 문제도 아니다. 이 씨는 문을 열어 놓지 못해 환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일곱 살 다섯 살 두 아이는 호흡기 질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모든 게 C온천 때문이라고 원망했다.

이 씨가 지목한 것은 C온천 뒷편 주차장에 쌓아 놓은 땔감이었다. C온천은 화목보일러 연료인 참나무를 주차장 둘레와 화목보일러 옆에 층층이 3미터 가량의 높이로 쌓아 놓았다. 이 씨는 “비를 맞아 습한 나무 사이에서 갖가지 벌레들이 나온다. 지금까지 모기가 있고, 없던 바퀴벌레가 우리 집은 물론 이웃집 대부분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웃 김 모씨도 “남자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튀어 나와 놀라길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3년 전 C온천 바로 뒷집으로 이사 온 김 모씨는 “올 들어서 다섯 번이나 입원했다. 만성 폐질환 때문”이라며 “3년 전 폐렴을 앓은 것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화목보일러 때문에 증상이 더 악화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 또한 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산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민원에도 해법 없는 청주시

가장 큰 문제는 위험성이다. C온천 뒤편에는 3m 가량의 높이로 나무가 쌓여 있다. 족히 100m는 되는 주차장 둘레가 장작더미다. 주말이면 C온천에 온 손님들의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들은 나무를 쌓아놓아 사라진 주차공간도 원망스럽다.

나무더미는 중간 중간 버팀목이 있지만 지름이 50㎝는 족히 될 육중한 나무토막이 켜켜이 쌓여 있어 불안해 보인다. 화목보일러 운전을 책임지고 있는 C온천 직원은 “아무나 쌓는 게 아니다. 기술자들이 쌓는 것이고, 절대 안 무너진다”며 우려를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겼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하다. 주민 김 모씨는 “골목이 좁고, 가로등도 없다. 지나가던 차가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집이나 차 쪽으로 넘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 웬만한 집채만한 C온천 화목보일러. 직원은 하루 4회 문을 열고 나무를 넣는다. 나무를 넣는 작업은 수십분간 계속되고, 주변은 연기가 자욱하다.

화목보일러 한쪽에서는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랐다. 그나마 소음 민원을 제기해 지금 사용하는 전기톱으로 바꿨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C온천 대표는 이웃들의 하소연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그동안은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주민들이 불편하다고 하면 좋은 게 좋다고 시정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필요한 날 목욕요금을 깎아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꾸 시비를 건다. 최근에만 시청 직원이 여덟 번이나 현장에 나와 확인했지만 꼬투리 잡을 게 없으니 그냥 돌아갔다”며 “법대로 하자. 위법한 일이 있으면 시에서 가만히 있겠는가. 연기가 그쪽으로 가지도 않지만 굴뚝에 세정시설도 했고, 화목보일러때문에 질병이 생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C온천 주장대로 소유지에 나무를 쌓은 것이나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나무를 쌓아놓아 발생할 위험때문에 개선을 권고했지만 그 또한 강제할 수 없고, C온천 측도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부터 이웃은 먼 친척보다 낫다고 했다. 이웃 간에 다정하게 지내면 사촌처럼 가까워진다고 해서 이웃사촌이다. 하지만 C온천은 법을 내세우고, 주민들은 진정으로 맞서고 있다.

▲ 주차장을 둘러 위태롭게 쌓인 나무더미. 버팀목에만 의존한 나무더미가 위태로워 보인다.
▲ 주민 김 모씨가 이웃들에게 받은 서명서. 120명의 주민들이 이 씨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지만 C온천 대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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