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충북청주경실련은 23일 통합시청사 건립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 이외에 10명의 토론자가 나선 역대급(?)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신축이냐 리모델링이냐’ 화두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그런데 ‘까마귀날자 배떨어진’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청주시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청사 건립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됐다. 조사대상 2400여명의 정규직 직원 가운데 900여명의 답변 자료를 토대로 한 중간 결과다. 결과는 85%가 신축을 지지해 리모델링 의견을 압도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조사결과였다. 새 청사의 실수요자인 공무원들은 더 쾌적한 공간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 대상 설문조사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연구용역기관과 시민단체의 여론조사는 대부분 60% 이상이 리모델링을 지지했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의 조사에서는 리모델링 58.7%, 신축 25.9%였다. 그런데 청주시는 설문조사가 절반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단체의 대토론회에 맞춰 결과를 흘렸다.

새 청사 리모델링은 올초 이승훈 청주시장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신축은 시재정 압박이 크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자치단체장들이 치적사업인 양 경쟁적으로 호화 청사를 짓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최근 이 시장의 ‘예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리모델링 최종 용역결과도 나왔다. 남은 절차는 지역사회 의견수렴이라는 통과의례(?)다. 그런데, 이 시장 의지대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주시 공무원 설문조사가 보도됐다. 과연 절반만 진행된 여론조사가 시장 보고를 거쳐 언론에 유출된 것일까? 아마도 신축 여론조성을 기대한 공직내부에서 언론에 흘리지 않았을까. 어쩌면 기관장에게 역린(逆鱗)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통합청주시 청사 건립 문제는 이렇듯 민감하고 첨예한 사안이다. 지난 2013년 통합추진위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용역을 통해 현 청사를 통합시 새 청사부지로 확정했다. 당초 후보지로 현 청사, 종합운동장, 대농지구, 학천리 광역매립장 등 4곳을 놓고 평가했다. 발표 직후 일부에서는 통합추진위가 청주 구도심 반발 등을 고려해 안정 위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만약 여론조사를 통해 4개 후보지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했다면 현 청사가 낙점받을 수 있었을까? 필자가 만난 주변인 대부분은 현 청사를 백년대계의 새 청사부지로 꼽지 않았다. 4차선 도로 한쪽 면만 접한 데다 아파트와 고층 주상복합(예정) 건물과 맞닿아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리모델링 찬성론자 가운데는 일단 현 청사를 재활용하다가 새 청사 입지를 찾아보자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리모델링 사용후 현 부지 신축안은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 최소 수준의 리모델링을 하고 이전 예정인 상당구청(옛 청원군청)을 2청사로 활용하는 임시방안도 있다. 기존 청사를 민원부서 청사로 쓰고 연초제조창 일부를 행정 본청사로 조성하는 새 대안도 신선했다. 연초제조창은 넓은 광장을 살리고 도심재생과 구도심 활성화의 명분도 살릴 수 있다.

통합은 이미 완성됐고 통합시청사는 촌각을 다툴 일은 아니다. 새 청사 부지를 졸솔결정한 탓에 신축과 리모델링 논쟁이라는 사생아를 낳았다고 본다. 이제, 잘못 꿴 첫 단추를 풀고 통합청주시의 옷 매무새를 다시 추스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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