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들/ 김동진 청주삼겹살 ‘함지락’ 대표

시장 사람들은 온 몸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온 몸으로 눈바람을 맞고, 비바람을 맞고, 찬바람을 맞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머리로만 살 수 없고, 가슴으로만 살 수 없고, 그렇다고 몸뚱아리로 살 수만도 없는 사람들이다. 남모르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머리를 써야 하고, 잔정머리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더 어려운 사람들을 살펴야 하며, 한시라도 맘 편히 몸을 눕힐 수 없는 일상의 노동들로 짓눌려 있는 사람들이다.

야채 도매상을 하는 어느 시장 사람은 밤 11시까지 장사를 하고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나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술에 취하거나, 부부싸움을 하거나 30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시장 사람들은 홀 몸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힘들어도 자신의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처리하다 보니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런저런 핑계로 사람을 구해 쓰다 보면 입에 풀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들이는 것도, 물건을 요령껏 쌓아 놓는 것도, 그리고 재주껏 파는 것도 온전히 상인 자신의 몫이다. 잘못된 판단이나 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오로지 자신이 져야 하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다만, 시장 사람들은 부부가 같은 일을 하는 곳이 많은데 이는 근근이 인건비 따먹는 요즘 장사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부라야 맘이 놓이기 때문이다. 삼겹살 장사를 하는 어느 시장 사람은 하루에 백만 원을 넘겨 팔 정도로 바빠도 웬만한 병치레를 하지 않으면 둘이 모든 일을 끝낸다.

또한 시장 사람들은 한 몸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서로 여러 갈래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시시때때로 시비가 생기고 경쟁도 하지만 결국은 같이 먹고살아야 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다.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헌신적인 봉사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믿고 따라주는 상인들의 큰 마음도 필수적이다. 시장을 혼자 살리겠다고 큰 소리 치는 사람 치고 말로가 좋은 경우가 거의 없으며, 상인들 간 화합하지 않는 시장 치고 제대로 굴러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시장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장 내에서 존경받는 어른의 유무이다. 어느 시장에서는 상인회장이 시장을 순회하면 앉아 있던 시장 사람들은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심지어 점포 안에 있던 사람들도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곤 한다.

갈수록 시장 사람들이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서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시장 사람들의 자립심과 결기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다. 시장 상인 개개인의 생존 자구책이나 시장 상인회 차원의 자구책을 강구하기는켜녕 위에서 떨어지는 각종 지원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실제 어느 측면에서 보면, 자비를 부담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고 전액 국비나 지방비가 지원되는 사업을 따내기 위해 외부 기획사들에게 줄을 대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외부의 달콤한 소리에 마음이 쏠려 있으니 당초 기대했던 자생력을 확보하기란 백년하청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대한민국의 시장은 온 힘을 다해 온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 현장이어야 한다. 간절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그 꿈을 이뤄가는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 인구가 500만 명을 웃돌고, 직장인들조차 언제든 자영업으로 내몰릴 수 있는 무한 경쟁의 사회구조에서 개인의 경쟁력 못지않게 동아리의 공동목표가 원만하게 추구되는 사회를 위해서는 개별 매장보다는 시장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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