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햇빛에 그을려 까매진 피부와 오랜 시간 깎지 못했을 것 같은 뾰족한 수염, 왠지 모르게 고생을 많이해서 빨리 늙어버린 것 같은 사람의 모습. 붉은 조끼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불끈 쥐고 휘두르는 모습. 혹은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정부를 비판한다든가,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비판하는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 사람들이 활동가 혹은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면 흔히 그려지는 모습들이다. 굳이 길바닥 위에서 경찰과 대치하거나 몸싸움을 벌여 가면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그렇다면 ‘청년 활동가’에 대해선 어떠한 모습이 그려지는가. 11월 17일 중앙대학교의 자그마한 강의실에선 ‘지속적인 삶으로서의 청년 활동 : 통치와 성찰, 노동과 운동 사이에서’라는 주제로 오픈토크가 열렸다. 오픈토크의 발제자는 류연미씨로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세대론에 관하여 논문을 썼다. 발제에 앞서 류씨는 청년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 지겹다는 분들에게 “청년에 대한 이야기들에 다들 지쳤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다들 지겨워하는데도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면 이것을 배제할게 아니라, 여기서 뭔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 했다.

이번 발제의 내용과 관련하여 류씨의 연구대상이 된 그룹은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이하 청년허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활동가 였다. 청년허브는 서울시에서 청년문제의 관리를 전담하기 위한 장치이자 서울시 청년정책 전반의 물질적 구현물이다. 류씨는 자신의 발제문에서 “청년허브에서 생산되는 담론에서 읽어날 수 있는 청년 활동이란, 청년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기획하는 행위이면서 사회적이고 공공적인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일시적인 에피소드가 아닌 지속가능한 기반을 갖춘 행위”로 정의를 내렸다.

청년허브의 청년 활동가들

류 씨는 청년허브의 여러 활동가들과 가진 심층 인터뷰에서 이들로부터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이들이 학생운동과 조직화된 운동의 경험이 전무했으며, 누구도 전통적인 운동 방식을 활동의 전거로 삼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즉, 청년허브에 있는 많은 활동가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운동권’에 대한 개념과 거리가 있다. 또한 그들은 이전까지의 ‘투쟁’이란 단어로 그려질 수 있는 활동가들의 운동 방식에도 거리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한 청년 활동가는 기존의 운동에 대하여“예쁘지 않다”라고까지 표현했다. 다소, 기성세대의 활동가들보다 약해 보이기도 하고, 해결이 불가능 할 것 같은 청년문제에 패배감을 느낀 것 같다고 할 수 있을 대목이다. 하지만 이곳의 청년 활동가들은 시스템 변혁의 불가능성을 인식하고 나서도 현 시스템 내에 적응하기 위해 뛰어들거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삶 자체를 포기해버리지 않는다. 이들이 하고자 하는 활동은 모두를 자연스럽게 바꾸고자 하는 운동이면서 바로 그 때문에 누구에게도 타격을 주지 않는 운동일 것이라고 류 씨는 인식했다고 한다.

청년 활동가들은 사회적 인정투쟁과 경제적 수입에서 자신의 열위에 놓여있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활동을 포기하고 기존의 삶으로 돌아가는 대신 어떻게든 현재의 조건 위에서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자아정체성을 찾고,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지 찾아 헤매는 여정의 한 단계라고 인지하는 것 또한 하나의 특징이다. 요즘 청년들의 운동은 기성세대가 생각한 ‘청년’과 그들을 주체가 된 ‘운동’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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