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충북지부 회원 123명, 교육 못 받아 뚜렷한 직업도 없어

연금 받지만 최저생계비 못 미쳐, “친일파 진상규명 반드시 이뤄져야”

 청주시 봉명동 학천건강랜드 뒤쪽에는 광복회관이라는 4층짜리 건물이 있다.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했거나 그 자손들로 이뤄진 광복회충북지부(지부장 오상근) 회원 123명의 사랑방인 셈이다. 광복 이전에 작고한 독립유공자는 손자까지, 그리고 광복 이후 작고한 독립유공자는 아들까지 회원이 될 수 있다. 김백호 사무국장(67)은 이들을 수권자라고 표현했다.

 김국장은 “독립유공자가 작고하면 배우자나 아들, 손자 중에서 1명만 수권자가 될 수 있다. 배우자가 1순위이고, 그 뒤를 자녀가 잇는다. 자녀는 모두 해당되지만 손자로 내려오면 장손자만 수권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규정에 손자라고 돼있어 모든 손자가 받는 것으로 곧잘 오해 한다. 이것도 고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내에 생존해 있는 독립유공자는 모두 5명이고 대부분 유족들이 광복회를 구성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본인과 자녀들은 이미 80세가 넘었거나 근접해 있고, 유공자의 손자일 경우도 50세 이상이어서 회원들은 대부분 노년층이다. 그러다보니 젊어서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뚜렷한 직업이 없었고 이제는 나이가 많아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김국장은 이에 대해 “수권자 중 대졸자는 거의 없고, 무학이 태반이다. 자기 이름 석자 쓰는 사람이 절반 정도 될까”라고 말해 그 정도를 알 수 있었다.

   
▲ 광복회 충북지부 회원들
 이들 대부분은 독립운동 하느라 집안을 돌보지 못해 가난하게 산 데다 일본인들에게 재산을 몰수당하기도 했다. 더욱이 투옥되거나 목숨을 잃는 일까지 당했다. 이런 불행의 역사는 자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역시 가난을 대물림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이 없어 학교 마당도 밟아볼 수 없었고, 광복이 됐어도 어엿한 직장을 잡을 수 없었던 것. “배운 게 있어야 정부에 대고 따지지”라는 김백호 국장의 말 한마디는 실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친일파들이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으며 호의호식할 때 이들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민족편에 서서 험난한 길을 자처했는데 돌아온 것은 가난과 울분밖에 없다.

“박대통령도 조사받아야 한다”

 그 나마 지난 61년 군사원호청(현 국가보훈처)이 생기고 62년 청주보훈지청이 설립돼 독립유공자들은 정부로부터 연금을 받고 있다. 7등급으로 나뉘어진 훈격에 따라 연금이 정해지나 본인이면서 3등급 이상일 때는 290만원 이상이 되지만 그 외는 100~200만원 정도 된다는 것. 그리고 가장 낮은 대통령표창은 약 52만원 선이며 유족일 경우는 최고가 130만원, 최저가 27만원이라는 게 청주보훈지청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물가변동에 따라 연금이 연차적으로 인상된다. 전에는 형편없었으나 88년 이후에 인상됐고 95년 이후에는 눈에 띄게 올랐다. 광복회원들에게는 자녀 교육도 무료로 시켜주고 대부받을 때 최저 금리 3%를 적용해준다. 무료교육은 지난 2000년부터 손자뿐 아니라 외손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복회원들이 바라는 연금수준은 최저생계비다. 핵가족시대라 노인들끼리만 사는데다 직업이 없어 연금이 수입의 전부가 되다보니 최소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무료교육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미 나이가 넘어 해당자가 별로 없기 때문. 이들은 오히려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의료비 전액무료같은 실질적인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94년 국가유공자법에서 분리된 독립유공자법이 손질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광복회원들의 친일파 청산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하다. 김백호 국장의 말이다. “이제 친일파들이 큰소리 치고 살던 시대는 지났다. 나는 오마이뉴스가 친일인명사전 기금 마련할 때 보인 네티즌들의 성원에 감격해 회원들과 함께 돈도 보냈다. 한나라당이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들 자신이 친일파 후손이기 때문 아닌가. 박정희 대통령도 조사받아야 한다. 용서는 국민들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고, 일단 조사는 받아야 한다.” 이들은 친일인명사전이 세상의 빛을 보고 친일파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뭔가 달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사앞에 떳떳한 대대수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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