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청주 모 음식점에서 충북도청 청고동문회 모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 모임과 관련,필자에게 두통의 전화가 왔다. 하나는 모임이 있기전 안내장 내용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행사가 끝난 후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전화였다. 이날 모임은 그야말로 더 이상 끌어 올릴 수 없는 완벽한 화음(和音)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 모두 여러번의 건배를 주고 받으며 응집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첫 번째 전화가 문제를 제기한 안내장엔 “오늘 모임엔 지사가 참석, 격려할 예정이니 회원들은 필히 참석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실렸고, 실제로 도청의 모 고위간부가 앞장서 이를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정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지만 기관의 동문모임에 조직의 책임자가 방문, 부하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문제는 회식자리에서의 발언들이다. 회식 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하면 서로 못할 말이 없는게 우리나라의 장점이지만 이날 발언은 듣는 이로 하여금 많은 ‘오버’를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모 고위 간부의 충성발언은 이날 JP의 수사(修辭)를 무색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전화한 사람들이 어깃장을 놓은 대상은 이런 분위기와 발언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된 출신지 논란이다. 이원종지사의 입장에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정도로 아주 기분나쁘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내년 선거에선 청주권 출신이 동네대권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았다. 모 유사단체와 인사들은 아예 이 문제를 각종 사석에서 노골적으로 떠들 정도다. 미리 전제하지만 우리나라의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건드리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중앙 정치권의 호남후보 불가론 수준은 못되더라도 지금 도내에서 빚어지는 현상 역시 쉽게 간과할 사항은 아닌 것같다. 얼마전 지역의 모방송에 출연, 이를 조금 거론했더니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당사자한테는 그만큼 부담가는 사안이다. 사실 이원종지사한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아직은 매우 부분적이지만 청주권의 이같은 분위기다. 이를 의식했음인지 이지사는 줄곧 정무부지사에 청고인맥을 앉히는 등 각별히 신경썼고,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가정이지만 아마 23일의 모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내년 도지사 선거에서 청주권 출신이 당선돼야 한다는 소위 지정학적 당위성(?)에 대해 필자 역시 그동안 여러 얘기를 들었지만 솔직히 아직 그 명분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데도 이런 고차원의 정치논리가 적용돼야 하는지, 혹은 단순히 감정적 차원의 시기인지 단정할 수가 없다. 다만 광역자치단체를 책임질 사람을 뽑겠다면 이 정도의 얘기는 얼마든지 공론화해 한번 속시원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뒷구멍에서 논하는 것보다는 떳떳할 것이다. 또 한가지, 앞으로 도지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에 대해선 비단 이런 문제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백일하에 드러내 일일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강한 ‘리더’와 ‘리더십‘을 약속받는다. 적어도 적당히 머리를 굴리다가 적당히 당선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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