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130억원 청주 예술의 전당 잔디공원화 사업 추진 논란
당초 30억원 예상, 계획 변경으로 100억원 추가 됐는데도 추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주시가 130억원을 들여 청주 예술의 전당 주차장을 잔디공원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당초 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이 사업은 계획 변경으로 인해 사업비가 100억원이나 늘어났는데도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추진하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사진설명-이승훈 시장의 공약으로 시작된 청주 예술의 전당 주차장 잔디공원화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업비가 130억원에 달해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시장의 공약으로 진행 중인 사업은 모두 123건으로 사업비는 4조 1418억원에 달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공약사업 123개, 사업비 4조 1418억원

주무부서인 문예운영과에 따르면 잔디공원화 사업은 재정투자심사위에서 적정사업으로 판단해 현재 예산 편성을 위한 사전절차인 공유재산관리계획승인 신청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현 주차장을 잔디공원으로 만들고, 필요한 주차장 부지는 매입하거나 주차타워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었지만 계획이 변경됐다. 청주시는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예운영과 관계자는 “잔디공원 조성을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기초적인 단계로 세부 사업 계획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청주 예술의 전당 주차장 잔디공원화 사업은 이미 2005년에도 검토됐던 사업이다. 당시에는 효율성 문제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승훈 청주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공약사업을 관리하고 있는 정책기획과 관계자는 “지역별 사업으로 선정된 공약이다. 해당 공약은 사직 1·2동 지역 공약으로 충혼탑 부근 사직단 복원사업과 사직2동 어린이 공원 조성 사업과 함께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후보시절 잔디공원화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예술의 전당과 충혼탑을 연결한 문화예술 휴게공간을 조성해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시민들에게 쉼과 만남의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예산이다. 직면한 청주시의 최대 과제는 신청사 건립비 마련이다. 치열하게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청사 건축방식 또한 배경에는 예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 13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잔디화사업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부정적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청주시가 이 시장의 공약사업을 확정 발표할 때만 해도 해당 사업의 추정 사업비는 30억원이었다. 계획안 가운데 하나인 주차타워 설치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청주시 설명이다. 대체부지 마련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지하주차장으로 가닥을 잡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범덕 53개, 이승훈 123개…왜?

문예운영과가 세운 계획대로라면 130억원이 소요된다. 당초 계획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승훈 시장이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은 모두 161개에 이른다. 이 공약 가운데 유사하거나 중복(19건)된 것을 제외하고, 추진이 불가능(14건)한 공약 등을 공약이행시민평가위원회를 통해 걸러내고 최종적으로 123건의 공약사업이 현재 추진되고 있다. 청주시는 이 시장의 공약사업에 총 4조 1418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임기 4년간은 물론 임기 후까지 연도·재원별 투자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개별 사업비가 증가하면 공약사업에 들어가는 전체 예산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예술의 전당 주차장 잔디화사업을 계기로 공약사업 이행에 대한 논의도 다시 진행되고 있다. 앞서 밝혔듯 지역 배분 등 후보 시절 공약 수립 과정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약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시민평가위원회의 전문성도 신뢰할 수 없는 데다, 절차 또한 지나치게 간단했다. 당시 본보와 인터뷰한 공약이행시민평가위원은 “위원으로 위촉된 후 두 번 밖에 회의를 열지 않았다. 한 번은 7월 28일에 있었던 위촉식이고, 다른 한 번은 8월에 한 공약심의 회의였다. 회의다운 회의는 한 번 밖에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공약사업이 많다는 것이다. 단순히 개수로만 따지면 민선 5기 청주시장 공약사업은 53개로 이 시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청주시 관계자는 “민선 5기까지는 공약이행평가단이 공약을 솎아냈는데 민선6기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9일 공약이행시민평가위원회는 분과위원장회의를 통해 161개 공약 중 조정을 거쳐 절반 가량인 88개 공약만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들은 “해당 공약으로 유권자의 표를 얻어놓고 당선 된 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라며 이 시장을 압박했다. 그 결과 9월 24일 최종 확정발표에는 88개에서 124개로 사업이 늘어났다.

지킬 수 없는 공약, 선심성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해서 할 수 있으면 모두 해야 하는 일인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공약이행시민평가단이 걸러냈다가 다시 살아난 36개의 사업이 필요한 사업인지 다시 따져볼 일이다.

 

 

 사업 재검토할 제도적 장치 없다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 국·과장으로 구성된 시정조정위가 결정

 

“공유재산관리계획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조차 불분명하다. 이후로 의회 승인 등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아 있어 아직 사업이 확정됐다고 할 수 없다.”

주무부서인 문예운영과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 여부를 다룰 시정조정위원회가 청주시 국·과장 15명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공약사업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관련법 개정으로 내년 1월 중에는 외부 인사가 포함된 별도의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다는 점때문에 발 빠르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법에 의해 10억원 이상 재산상 증감이 발생하거나 1000㎡의 부지를 취득할 경우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는 별도의 심의위원회가 아닌 시정조정위원회가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개정으로 유예기간을 포함해 내년 1월 중에는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관련법에 의하면 위원회는 15명 이하로 구성하고, 민간위원이 전체 위원 정수의 과반수가 돼야한다. 민간위원 또한 단체장이 임명이나 위촉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공약에 우호적일 수 있지만 전원 공무원으로 구성된 현재의 심의기구보다는 까다로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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