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권희 교수 코너로 몰아붙인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 가짜 논란이 일고 있는 증도가자.

지난 14일 오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추계 공동학술대회에서 증도가字 가짜 논란이 다시 화제가 됐다. 이 날도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증도가자는 진짜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시원한 홈런을 날려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후문.

이 연구관은 “남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아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주관 작성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2014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문제점이 많다. 보고서에는 ‘法(법)’자를 파괴분석 했더니 산소(O) 1.74%, 규소(Si) 0.49%, 구리(Cu) 88.5%, 테크네튬(Tc) 2.62%, 주석(Sn) 6.66%로 나와있다. 그런데 미량이 나온 테크네튬(원자번호 43)은 과학자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최초의 원소로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원소가 검출된다는 것은 활자를 위조했든가, 아니면 분석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테크네튬은 1937년 이탈리아 광물학자 카를로 페리에르와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에밀리오 세그레이가 처음 만들어낸 방사성동위원소. 우라늄보다 가벼우며 핵의학영상검사 등에 쓰이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려활자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관은 “문제의 활자 성분에는 다른 활자에 대부분 들어가는 납(Pb)도 포함되지 않는 등 다른 활자들과 성분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남 교수는 “‘법’자 파괴분석은 2011년 충북대에서 한 것이다. 내가 금속전공이 아니라서… 자세히 알아보겠다”며 얼버무렸다는 게 참석자들 말이다.

증도가자의 진위 논란은 지난 5년여간 국내 문화재학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10월 31일 열린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강태이 연구사가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고려활자 4점과 증도가자라고 알려진 활자 3점 모두 위조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요즘 가짜 주장이 거세게 일자 과거 증도가자가 진짜라고 말했던 학자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다. 증도가자 존재를 처음 발표한 남 교수만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형국.

이재정 연구관은 경북대산학협력단의 보고서가 상당부분 근거가 미약한 추론으로 채워져 있다며 논란의 당사자들이 모여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왕 시작된 증도가자 가짜 논란에 대해 학계도 활발한 토론을 거쳐 진위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수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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