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집행위원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드라마 ‘송곳’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사투는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많이 아프게 한다. 혹자는 “실제와는 다른 허구적 요소가 크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노동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최근 몇 년간 노동자 권리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은 참담 그 자체다.

얼마 전 구미지역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모두 계약해지 당했다. 노조할 권리가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 뿐인가! 1년마다 재계약을 반복하기 때문에 사업주들의 부당한 지시에 제대로 저항조차 못 한다. 제조업에는 불법파견이 횡행하고 있고, 대다수 노동자들은 저임금으로 인해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렇듯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은 미래를 생각하며 현실을 참아내는 것조차 불가능한 날의 연속이다.

지금도 인권위원회 옥상에는 자동차를 만드는 비정규노동자 2명이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50여일 넘도록 농성을 하고 있다. 여의도 광고탑에도 음성 풀무원 공장에서 일했던 화물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는 교섭을 요구하며 곡기까지 끊었다. 이들의 요구는 사실상 사업주들에게 ‘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법은 멀고, 사업주의 탄압은 실제적이고 치명적이다.

문제는 정부대책이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대책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우선, 비정규직 2년 제한을 4년으로 연장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일명 ‘쪼개기 계약’(월 또는 1년단위 재계약)도 합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55세 이상은 모든 업종에서 파견제도가 합법화된다. 이는 ‘55세 이상은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또한 파견업종을 엄격히 제한했던 것도 모두 풀겠다니, 사실상 전 업종에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소위 ‘뿌리 산업 파견제 허용’이라는 제도로 드러난다.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이, 왼쪽 바퀴는 비정규직노동자가 만드는’ 제조업의 횡행했던 차별 문제들을 이제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차별을 없애겠다는 얘기다. 이 법 개정안을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대는 아르바이트로, 30대는 4년씩 연장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50대는 파견노동자로,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틈만 나면 ‘정상화’를 부르짖는다. 노동개혁 역시 ‘정상화’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맞다. 한국 사회의 노동현실은 비정상적인 것 투성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바꾸기는커녕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킨다.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정당한 것’으로 탈바꿈시키려 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비정상인가! ‘정상화’의 대상은 이 나라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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