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 이 모임의 주최자 중 한명인 ‘공기’씨가 참가자들에게 테이블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설명했다.

대학을 간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있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으로 진학을 하거나, 반수나 재수 혹은 삼수를 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보편화된 사실이다.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것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거대한 해류의 움직임에 반한다고 비유해도 이상하진 않을 듯싶다.

11월 14일 수능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을 위해 대한민국이 조용해지는 시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유난히도 요란했다. 대학을 거부하겠다는 학생들 20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청년들이 보통 때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돌리면 찾아오는 기자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커다란 질서를 거부한다는 이들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적지 않게 뜨거웠다.

11시경 시작된 기자회견은 간단한 구호와 올해와 작년 입시를 거부한 몇몇 학생들이 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풋풋한 얼굴의 청년들은 대학을 거부한다는 선택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해 보였다. 기자회견은 대략 30분 뒤 종료되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청년들은 서툰 솜씨로 본인들이 직접 제작한 피켓들을 들고 “수능 당일 7시 반에 마포구에 있는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 대학거부파티가 있으니 꼭 와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기자는 그들이 기자회견장에서 이야기한 ‘우리동네 나무그늘(이하 그늘)’이란 곳을 마포구의 한 골목길에서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작은 카페 같기도 하고, 청년들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쉼터 같기도 했다. 7시 30분이 되어 제법 많은 사람들이 그늘 아래 모였다. ‘투명가방끈’이라고 본인들을 소개한 모임의 주최자들은 유튜브에서 자신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른바 ‘대학거부파티’는 시작되었다. 각자에 대한 소개와 함께 왜 대학을 거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기자와 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중에는 대학에서의 군대 문화가 너무 싫어서 중퇴한 청년, 밝힐 수 없는 이유로 대학을 중퇴한 청년, 고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이 명문대생 제자를 배출했다며 매번 자신을 압박해서 학교를 중퇴한 공기씨 등 4명의 청년들이 둘러 않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군대 문화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청년은 최저임금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밝힐 수 없는 이유로 학교를 중퇴했다는 청년은 직업 교육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공기씨는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정당의 기관지에 4컷짜리 만화를 그리는 알바를 하며,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것 말고 공통점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들 사이에선 이들 모두가 느끼고 있을 뚜렷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외로움 이었다. 단순히 대학을 거부하겠다는 기자회견으로만 끝낼 일 이었는데 파티 아닌 파티를 개최한 이유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이번 파티의 기획자는 이야기 했다. “70%의 청년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친구를 만들며 지내는 동안 30% 정도의 청년들은 사회 이곳저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며 가끔 모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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